[최지희 변호사의 법률상담소] 부모 물건을 훔친 자식은 무죄?

최지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3-25 09: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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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이슈타임)최지희 변호사=부모 물건을 훔친 자식은 무죄형법에 나타난 가족관 친족상도례

 

온기 넘치는 따뜻한 집을 보면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절로 생각나고는 한다. 하지만 세상 만물의 모습이 제각각이듯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장미꽃 넝쿨 우거진 집에서 비둘기처럼 다정하게 사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 중의 하나가 바로 가족 간의 분쟁을 접했을 때다. 필연적으로 집 안 사람들 사이의 일일 수밖에 없는 가사나 상속 사건이야 그렇다 쳐도, 가족 간 형사 사건을 대하게 되면 무조건적인 법적 대응보다 한 번 더 화해나 합의를 권유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형법은, 가족 간 분쟁과 관련하여 곳곳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훨씬 무겁게 혹은 훨씬 가볍게 바라보는 별도 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 중 강도나 손괴 등을 제외한 일정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한정된 범위 내의 친족을 대상으로 형을 면제하거나, 혹은 고소를 하여야만 비로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른바 친족상도례 규정이다(형법 제328).

 

328(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권리행사방해죄)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개정 2005.3.31]

1항 이외의 친족 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개정 1995.12.29]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2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친족상도례는 권리행사방해죄와 관련하여 규정한 뒤, 절도죄, 사기 및 공갈죄에서 준용하고 있다. 재산을 둘러싼 집안 문제는 국가의 처벌 보다 집안 내부의 자체적 해결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보아 만들어진 법조항인데, 이는 곧 일정 신분관계에 있음을 이유로 유리하게 취급하는 일종의 특수한 예외(special exception to relatives)라 하겠다.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르면, 자식이 부모의 물건을 훔친 경우 자식을 절도죄로 감옥에 보낼 수는 없게 된다.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형면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인 데, 실제에 있어서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하여 검사 또한 애초부터 기소를 하지 않기도 한다.

 

주의할 것은 형면제 판결이라 할지라도 이는 엄연히 유죄판결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물건을 훔친 자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무죄는 아니고, 분명히 유죄이지만 단지 법률 규정에 따라 형이 면제되므로 실제에 있어서는 무죄와 비슷한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런 행동은 민법의 불법행위가 될 수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의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해서는 전근대적인 가족관을 법에 반영하고 있고 악용의 우려 또한 높다는 점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요즘은 재산 때문에 부모를 상대로 또는 가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말 그대로 부모는 무슨 죄로 모든 피해를 감당해야 되느냐는 것이다. 물론 절도를 넘어 부모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여 강도가 되면 친족상도례는 적용되지 않고, 부모의 신체에 대한 범죄(상해, 살인 등)은 가중 처벌된다.

 

현재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범위가 너무 넓은 것도 문제고 특수절도나 공갈이 포함된 것도 문제다. 일부 친족의 범위를 제한하는 형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친족 간 범죄도 처벌할 것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씁쓸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친족 간 범죄는 친족상도례와 같은 관대한 법관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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