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에 대하여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09-04 09: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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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얼마 전 서울 모처의 궁중족발 사업주는 임대료를 4배나 인상해 달라는 임대인에게 망치를 휘둘러 구속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는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법률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는 불발됐다. 야권의 집행부는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집회에 참석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들이 국익이나 양심을 따르기 보다는 ‘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위한 사익추구에 충실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지난 2002년 처음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임차인의 임차권이라는 개념이 처음 법적권리로 인정됐다.

 

상가권리금 수수 거래는 오래 전부터 관행적으로 거래가 이뤄져왔다. 소득세법에서도 영업권 또는 점포임차권의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은 과세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정작 상가권리금이란 용어는 민법은 물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상가권리금 관련 법적 소송은 수십년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급법원의 판결도 오락가락했다. 급기야 대법원이 2002년 7월 26일 판결문을 통해 "권리금 자체는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know-how)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는 정의를 내렸다. 정부나 국회의 직무태만을 비난하고, 사법부의 치적이라는 칭찬을 해주어야 옳은 것일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4구역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당일 새벽 경찰이 강제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철거민들의 주장은 상가권리금을 보상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은 여야 없이 상가권리금과 관련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소상공인단체들의 입법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자 국회는 6년이나 경과한 2015년이 돼서야 상가권리금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입법 작업이 진행되던 중 2014년 국토교통부는 “국내 전체 상가권리금은 총 33조 원인데, 상가권리금을 제대로 못 발을 우려가 있는 상가임차인은 약 120만 명, 그 규모는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수백만 자영업자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결국 국회는 2015년 5월 12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률 제10조의3 제1항에 “권리금이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를 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최초로 상가권리금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당시 신설된 상가권리금 조항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제 10조의 5에 규정된 상가권리금 예외조항이 그것이다. 제1항에는 임대차 목적물이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정된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경우 적용을 제외하도록 규정돼 있다. 제2항에는 ‘국유재산법’에 따른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인 경우 적용을 제외하도록 규정돼 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속기록을 찾아봐도 예외 인정에 대한 사유나 논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주한 상인들이 상가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대형상가 푸드코트에서 장사를 하는 음식점이나 의류상들이 상가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은 상식 밖이다. 상가면적만으로 권리금 보호대상을 무 토막 자르듯 구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점한 상인들은 수수료 부담 때문에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결국 유통재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입주상인들은 권리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것이다. 유통재벌들의 입법로비가 작용했음이 추측되는 대목이다. 해당 법 조항은 삭제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대책에 대규모 점포 중 전통시장은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재벌의 로비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관련 법조항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국유재산이나 공유재산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지하도 상가 임차인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국가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민간에 우선해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들을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국가가 소상공인의 권리보호를 외면하면서 건물 임대인에게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의 지하도상가 입주상인에 대한 조례는 들쭉날쭉하다. 특히, 서울시의 상식에 반한 조례 제정으로 지하도상가 입주상인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장사해 하루하루 벌어먹기도 힘든데, 강제퇴거조치에 맞서 LP가스통을 상점 내에 설치하고 투쟁해야 하는 부조리 현상이 재현될 조짐이다. 법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법조항은 삭제돼야 할 것이다.

 

다음은 환산보증금 제도다. 정부는 상가임대차 보호 대상 상가권리금 범위를 서울의 경우 6조1000억 원에서 30~50% 인상하는 쪽으로 법률 개정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환산보증금의 한도를 규정한 근거에 대한 적절한 논리가 없다. 상가권리금 보호를 포함한 상가임차인의 보호는 단순히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보호해 주어야 마땅한 모든 임차상인의 권리인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피해자는 영세상인만이 아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환산보증금 대상 임차상인만 기울인 것이 아니다. 고가의 건물주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사업규모를 불문하고, 임차인이 피땀 흘려 조성한 영업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상가권리금 문제는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국회에서 다른 나라의 입법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상식선의 법률개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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