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지급확대, 소상공인 불만 해소할까?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09-06 10: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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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정부는 최저임금 사태로 붉어진 자영업자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으로 근로장려금 지급규모 대폭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의 2019년 조세지출계획서에 따르면 내년 근로장려금 지급액은 금년의 13473억원 보다 35544억원 늘어난 490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영업자 근로장려세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뿔난 자영업자들을 달래기는커녕 더 큰 분란만 야기하게 될 것이다.

 

근로장려세제는 근로빈곤층(Working Poor),  일용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고, 중산층에 편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제도이다. 기존 소멸성 복지제도와 달리 생산적 복지라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기초생활보호제도 및 사회보험제도와 더불어 3중 사회안전망을 완성하는 제도로도 평가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장려세제 도입을 극구 반대했었다.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의 집요한 노력으로, 정부는 2007년 근로장려세제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해 국회를 통과시켰고,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에 2008년 소득을 기준으로 일용근로자 등에게 근로장려금 첫 지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당시 자영업자는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에서 배제되었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헌법상 평등권 위반이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우여곡절 끝에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 2015년부터 자영업자들도 근로장려금을 지급받게 되었지만, 일용근로자 등 보다 6년이나 늦게 수혜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정부의 부실한 소득파악 문제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라 수 십 년 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국회는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 노력을 기울이라는 의미로 6년이라는 기간을 허여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직무태만으로 6년 전과 비교해 소득파악관련 성과는 무시할 정도다. 허송세월만 보낸 셈이다. 소득세법상 사업자는 장부기장을 통해 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사업소득을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아직도 자영업자의 절반 정도는 장부기장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추계방식으로 소득세 신고를 하고 있다. 추계소득이란 장부기장을 하지 않는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매출액에 업종별로 정한 기준경비율 또는 단순경비율을 곱해 산정한 의제된 수치일 뿐, 엄밀한 의미의 세법상 사업소득은 아닌 것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 제도 시행이 임박하자 긴급히 기획재정부는 업종별조정율를 발표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업종별조정율표를 보면 도매업 등 20%부터 부동산임대업 90% 등 까지 6개로 구분돼 있다.

 

업종별조정율 제도의 문제점을 적시해보기로 하자.

 

첫째, 업종 구분이 지나치게 단순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업종별조정율은 6개 업종으로 구분돼 있는데, 기준경비율은 1천개 정도의 업종으로 구분돼있는 것과 비교하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둘째, 사업소득금액 산정방식에 일관성이 없다. 편의점사업자의 경우 과세목적으로는 매출액에 6.3%(기준경비율 93.7%)를 적용해 사업소득을 계산하는데, 근로장려금 지급 목적으로는 30%를 적용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셋째, 정부 스스로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소득세법을 준수해 장부기장에 의해 소득세 확정신고를 한 납세순응도가 높은 사업자도 근로장려금 산정 시 종합소득세신고서상의 사업소득금액을 적용하지 않고, 업종별조정율을 적용받는다.

 

넷째, 근로장려세제의 기본개념을 무시했다. 근로장려세제는 일정구간까지는 일을 많이 해 땀 흘려 번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근로장려금을 지급받도록 설계돼 있다. 매출액이 많다고 비례적으로 소득이 많고, 반대로 매출이 적다고 소득이 적다는 가정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다섯째, 자영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단독가구 편의점 사업자가 50만원 정도의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으려면 소득금액이 350만원이 되어야 한다. 2018 업종별조정율표에 규정된 30%를 적용해 역산하면 대상 매출액은 1200만원 정도로 계산된다. 우리나라에서 월 100만원 정도의 매출실적을 유지하는 사업자가 존재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거의 대부분의 편의점 업주는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생색내기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근로장려금 지급규모 확대가 능사가 아니다. 또 다른 논쟁의 불씨가 다시 점화되기 전에 발생가능한 문제점을 미리 예상해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변칙이나 꼼수는 갈수록 문제만 키울 뿐이다. 업종별조정율 제도를 폐기하고 원칙을 존중하는 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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