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일 변호사의 법률사무소] 당신 몰래 확정돼 버린 민사재판, 아직은 기회는 있다.

오현일 변호사 / 기사승인 : 2018-10-02 10: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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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행위의 추후 보완에 관하여

<사진=ⓒGettyImagesBank이매진스 제공>
(이슈타임)오현일 변호사=얼마 전 의뢰인 한 분이 억울한 사연을 가득 담아 장문의 질의를 보내왔다. 본인은 현재 한국을 떠나 해외에 거주 중인데, 한국에 남겨둔 본인 명의의 부동산에 관하여 재판이 진행돼 패소판결이 확정돼 버렸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 패소판결 때문에 본인 명의 부동산의 등기 마저 넘어가버렸다는 이야기였다. 

본인은 그러한 판결이 있었다는 것은 커녕 재판이 진행됐다는 사실 조차 전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돼 소유권 등기까지 넘어가버렸으니 속이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법률에 따라 해외 동포로서 국내 거소 신고를 하면서, 본인이 거주 중인 해외의 주소까지 매번 신고했을 터인데, 판결 사실은 물론 소송의 제기 사실도 전혀 통보되지 않았으니, ‘도둑 재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고.

문제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원고의 입장에서도 피고의 주소지를 모르거나 알고 있는 주소지에 피고가 살고 있지 않는 경우라도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경우가 없지는 않으니, 그에 따라 피고는 알지도 못한 채 소송이 제기돼 진행되고 판결까지 선고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피고가 소송 관련 서류를 고의로 받지 않는 등으로 소송 진행을 계속 피하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일방적으로라도 소송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음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원고가 피고의 주소지를 모르거나 알고 있는 주소지에 피고가 살지 않는 경우 또는 피고가 고의적으로 소송 관련 서류의 수령을 회피하는 경우 등에서 이른바 ‘공시송달’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피고에게 소송 제기 사실과 소송 진행 절차를 통보하게 되는데, 이 공시송달이라는 것이 그저 허공에 대고 큰소리로 말하는 것과 진배 없는 것이어서, 대부분 피고들은 소송의 진행을 전혀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이자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 발부를 통하여 재판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형사소송과는 달리 민사소송은 당사자의 재판 출석이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어서, 공시송달로 소장(訴狀)이나 재판통지서를 보내어 피고가 이를 알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재판은 적법하게 진행되고, 판결 역시 적법하게 선고되며, 그 판결문 역시 공시송달로 보내게 되면, 판결 선고 사실 자체를 알지도 못한 채 판결에 대한 항소기간이 도과돼, 그대로 확정돼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공시송달을 통하여 소송이 제기되고 진행돼 판결 선고는 물론 확정까지 돼 버리면, 그대로 ‘게임오버’가 돼 버리고 마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 민사소송법은 제173조에서 '소송행위의 추후보완'이라는 표제 하에 "①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게을리 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그 사유가 없어질 당시 외국에 있던 당사자에 대하여는 이 기간을 30일로 한다. ② 제1항의 기간에 대하여는 제172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특정한 기간 내에 하여야 하는 소송행위를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하지 못했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간의 추후보완 소송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의 대표적인 경우로 대법원 판례상 인정되는 사유가 바로 소장(訴狀)의 송달부터 판결문의 송달까지 전부 ‘공시송달’로 이루어진 경우이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30427 판결 외 다수의 판결). 

따라서 앞서의 의뢰인 역시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소멸 또는 종료한 날, 다시 말해 자신에 대한 소송이 제기돼 판결이 선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판결에 대한 상소(항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런 경우 기왕에 선고된 판결 자체를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1심 판결에 대한 상소를 제기하여 제2심에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아가 앞서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소장부본과 판결정본 등이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하여 송달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과실 없이 그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고, 이러한 경우 피고는 그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불변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때에 해당하여 그 사유가 종료된 후 2주일(그 사유가 종료될 당시 외국에 있었던 경우에는 30일) 내에 추완항소를 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 '사유가 종료된 때'라 함은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단순히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때가 아니고 나아가 그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안 때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의 경우에는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그 사건기록의 열람을 하거나 또는 새로이 판결정본을 영수한 때에 비로소 그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30427 판결)"고 하는 바, 단순히 들은 풍문 등을 통하여 소송이나 판결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그때부터 곧바로 2주 간의 기간이 기산(起算)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변호사 등을 선임하여 법원을 통해 판결문을 다시 받아 보거나 사건의 기록을 열람 등사 해본 때부터 기간이 기산되는 것이니, 비록 제1심의 기회는 놓쳤지만 제2심에서라도 충분히 다투어 볼 기회는 보장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러한 항소 제기의 추후보완, 약칭 ‘추완항소’ 사건을 다수 수행해 보았던 바, 우리 법원의 판사님들 역시 제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편견없이 사건을 바라보고 제2심에서라도 억울한 사정을 충분히 듣고 헤아려 재판하시고 계시는 듯 하며, 그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제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 역시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앞서 언급한 의뢰인 역시 추완 항소에 따른 항소심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당신은 알지도 못한 채 누군가가 당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판결이 확정돼 버렸다고 해서 무작정 낙담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판결이 확정됐으니 법적으로는 이제 구제수단이 없다면서 뭔가 불법적인 방법으로라도 권리 구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 역시 없다. 아직 당신에게 추완항소를 통한 기회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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