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희 변호사의 법률상담소] 배우자의 우울증은 이혼사유일까

최지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8-11-26 10: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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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이슈타임)최지희 변호사=스트레스와 가족력으로 환청에 시달리는 남편, 몇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지만 정신분열증은 나날이 심해지고 경제활동은커녕 때로 가족들에게 칼이나 흉기를 휘두르기도 하여,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족들의 고통은 매우 심각하다. 남편과 이혼을 하는 것이 아픈 남편을 내팽개치는 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그렇다고 나와 내 아이들이 이대로 고통을 당하면서 같이 피폐해지게 둘 수는 없다. 이혼이 가능할까?

 

나날이 우울증 환자들이 많아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벼운 우울증부터 자해‧자살충동을 느끼는 중증도의 우울증까지 우울증은 암이나 뇌졸중과 같은 육체적 질병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뉴스를 통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또한 치료도 간단하지 않고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남편이 암에 걸렸다고 이혼을 하지는 않지 않는가? 우울증의 경우는 어떨까?

우선, 이혼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살펴보면, 남편과 이혼의 협의를 할 수 없거나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법원에 재판상 이혼을 청구를 하여야 하는데, 재판상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840조에 규정된 6가지 사유에 해당되어야 한다.

민법 제860조에서 규정하는 6가지 사유를 보면,

첫째가 배우자의 부정행위이다. 이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인데,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한 재판상 이혼청구는 이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 부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사전 또는 사후에 용서했다면 이를 원인으로 한 이혼청구는 할 수 없다.

둘째는 배우자의 악의적인 유기인데, 배우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동거와 부양의 의무(경제적 부양을 포함) 등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가 악의적이 유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이고,

넷째는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인데, 이 두 가지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울 만큼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본인이 또는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학대나 폭행, 모욕을 당한 경우이다.

다섯째는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을 때이다.

마지막으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이다. 부부의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파탄에 이르러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법에는 정신질환이 이혼사유로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배우자의 정신질환으로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된 경우 제6호 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됨을 주장하여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

법원은 여러 사례에서 정신질환이 이혼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개별적 사정을 판단하여 정하고 있다.

즉 부부 일방이 정신병적인 증세를 보인다는 사유만으로는 바로 이혼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지 않고, 먼저 정신질환이 있는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강조하여 병의 치료와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되, 이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무한한 정신적, 육체적 희생과 경제적으로 과다한 고통을 안겨줘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사례에 한하여 이혼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

또한 정신질환별로 사례를 분석해 보면, 우울증은 치료를 통해 회복가능성이 있는 사례가 많고 가정생활이나 사회적 생활의 지장도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이를 이유로 한 이혼청구는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중증의 조울증(양극성 장애)이나 정신분열병이 회복 불가능하다고 보이면 이혼사유로 인정한다. 그러나 고령노인의 정신질환과 관련해서는 그 상태나 회복가능성 여부보다 상대방 배우자의 부양의무를 강조하여 이혼청구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부부 사이에는 부양의무가 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배우자가 아프다는 사실은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아픈 배우자가 회복의 노력도 하지 않고 회복가능성 거의 없는 경우, 이러한 사정이 상대 배우자에게 과다한 고통을 안겨주고 더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등에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어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가 함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느냐는 것이다. 이혼을 청구하는 자도 아무런 노력을 안했다면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 모두 노력을 하였음에도 더 이상 노력을 강요하는 것이 무의미한 고통을 강요하는 경우에 이혼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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