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LG그룹 조세포탈 혐의에 약식 기소한 것에 대해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10-01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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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 28LG그룹 전·현직 재무관리팀 임원 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 14명은 약식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국세청으로부터 LG그룹 총수 일가가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LG그룹 승계 작업을 돕는 과정에서 LG계열사 주식 매매와 관련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아왔다. 구본능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면서 구광모 회장의 친아버지이다. 2004년 고 구본무 회장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동생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받아들인 바 있다.

 

이에 언론은 일제히 LG그룹은 오너 리스크에서 벗어났고, 새 출발한 구본능 회장은 부담을 덜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우리가 거대 재벌 그룹 경영권을 회장 사망 후 아들이 물려받는 현상을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사의 CEO 자리를 아들에게 넘겨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금수저와 흙수저현상이나 1% 미만의 지분으로 거대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핏대를 올려 비판을 하면서도, 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법률 개정 작업은 시도조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을 1년 앞 둔 시점에 '권력은 재벌로 넘어갔다. 재임 기간 중 이걸 제대로 못한 것이 제일 후회 된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는 일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 구호를 내세우고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한 바 있는데, 최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등과 관련된 최근의 흐름을 보면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다시 LG일가의 탈세 문제로 돌아가 보자.

 

검찰은 구본능 회장 등 총수일가가 탈세 혐의 사건에 직접적 행위자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세범처벌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약식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 달라는 뜻의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법절차다.

 

우선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경영권 확보와 1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 부담 때문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다. 언론은 재벌 일가들의 상투적인 수법인 일감 몰아주기현상이 LG그룹과 희성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국세청은 2016512일 서울국세청 조사4국 요원 100여명을 불시에 희성전자 본사 등에 파견해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LG그룹이 희성전자에 지원성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법인세 등 수백억원대 세금을 추징하고 관련 내용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에도 LG상사를 대상으로 조사4국 요원 수십여명을 투입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후 국세청은 지난 4LG사주 일가 10여명을 100억원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고발하고, 서울지검도 지난 5LG그룹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달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수관계인 간의 주식매매는 소액주주와는 달리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 가치가 결정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일반 주식거래를 한 것처럼 가장한 것으로 보고 LG그룹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LG그룹 세무 담당 직원들이 세법상 할증조항이 있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쟁점은 실무자들이 LG일가에게 보고를 했는지, 그리고, 이들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사기 또는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5억원 이상의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 밖의 부정한 행 조세를 포탈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등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연간 10억원 이상의 조세를 포탈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형법 상 사기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위란 법 규정은 애매하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격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조세범처벌법 제18조에 따르면, 법인, 법인의 대표자 또는 그 밖의 종업원 등이 조세범칙행위를 하였을 경우,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양벌 규정이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또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격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의 약식기소 결정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 몫이다.

 

국세청은 조세범칙과 관련해 전속고발권이란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조세법처벌법 21조에 따라 조세 범칙행위에 대해서는 국세청장,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의 고발이 없으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국세청은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라 지방청별로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세범칙범죄와 관련된 고발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해당 위원회가 깜깜이로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다. 재벌들이 국세청 출신 고위공직자들을 고위직으로 채용하거나 대형로펌을 통해 국세청에 대한 로비를 벌여 검찰 고발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세청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불발됐다.

 

이와는 달리, 작년 말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조세범에 대한 기소율은 지난 2016년 기준 22.4%로 전체 형사범에 대한 기소율(34.6%)에 비해 낮다는 지적을 하면서, 롯데그룹 사례로 들었다. 검찰이 270억원을 조세포탈한 혐의로 롯데를 기소했지만 증거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는 것이다. 조세회피기술이 전문화지능화돼 범죄혐의 입증이 어려워 수사실무상의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미국·독일·일본 등의 사례를 참조해, 국세청 내에 범칙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고, 세무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탈세 근절을 위해 권력 기관 간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양측 주장이 모두 제도화되길 바란다. 그리고, 애매모호한 법 규정도 명확하게 변경되길 희망한다. 촛불정부는 유전무죄, 무전유죄현상을 바로잡아,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우선적 사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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