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과세 범위 확대, 옳은 정책방향인가?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11-09 11: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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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간이과세 범위를 확대해 영세자영업자의 경영난을 덜어 주자는 법안이 국회에 여러 건 발의돼 있다. 국회에서 해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6년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신고자 중 간이과세자는 약 165만명으로, 전체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사업자 609만명 중 약 2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126만명은 연 2400만원을 넘지 않은 것으로 신고해 부가가치세 납부면제 혜택을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과세자란 연 매출액이 4800만원을 넘지 않는 사업자들에게 매출액의 0.5~3%에 해당하는 낮은 세율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제도이다.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와 달리 매출 거래 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고, 매입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도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다. 또한, 일반사업자처럼 매출액에서 매입액을 공제한 금액의 부가가치세 10%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연 매출액이 2400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없다.

 

간이과세 범위 확대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대다수의 간이과세자는 최저임금인상과 관련이 없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부담을 경감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월 매출액 400만 수준의 사업자가 종업원을 고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둘째, 간이과세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부가가치세 탈루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흔히 현금거래로 유도해 가격을 깎아 주는 사례를 목도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부가가치세 탈루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거래 규모가 커지는 것은 세원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셋째, 무자료 거래규모를 확대할 위험성이 있다.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세금계산서 수수 의무가 없는 점을 핑계로, 무자료 거래 규모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의 치킨집이나 김밥집을 창업하려해도 초기 인테리어나 설비투자는 필수적이다.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받아도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무자료 거래를 원한다. 따라서, 거래상대방인 인테리어 사업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국세청은 이들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기가 어렵다. 해마다 80만명 정도가 창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가가치세 탈루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칫,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상가건물 임대사업자와 임차 영세사업자간의 거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넷째, 간이과세제도를 악용해 탈세를 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세청은 오래전부터 업종별 지역별로 신규사업자의 사업자등록 신청 시 간이과세자 신청 범위를 점점 축소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세청은 간이과세사업자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해 주었더라도,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기간에 국세청에 신고한 매출액이 간이과세자 범위를 초과하게 되면 일반과세자로 전환해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업자들은 일반과세자로 전환이 되기 전, 폐업신고를 하고 친인척의 명의로 신규 사업자등록을 해 간이과세자로서 사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른 바 모자 바꿔 쓰기수법이다. 이런 까닭에 국세청이 발표하는 창업과 폐업 통계는 상당 수준 부풀려 있는 것이다.

 

다섯째, 부실한 소득파악으로 복지예산 집행의 형평성을 왜곡하게 된다. 대부분의 복지제도는 개인이나 가족의 신상정보, 보유재산, 그리고, 소득수준 등을 기준으로 집행되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잣대는 소득수준이다. 대다수의 간이과세자들은 추계방식으로 소득세를 납부하기 때문에 실제소득이 아닌 의제된 소득을 기준으로 복지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런 까닭에 복지예산 집행의 형평성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장려세제의 경우, 사업소득자의 경우 매출액 기준으로 산정한 소득금액이 일정구간 까지는 크면 클수록 더 많은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간이과세자에게 부가가치세 절감 혜택을 줄 수 있지만, 근로장려금 지급금액의 감소로 인해 정책 혼선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여섯째, 부정확한 통계를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통계는 문제가 더욱 심각한데, 이는 간이과세제도와 관련성이 크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니계수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의돼 왔다. 국세청 통계와 완연히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통계조사는 서면이나 대면 조사를 통해 산출되지만, 국세청 통계는 신고나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까닭에 통계청 정보보다 신뢰성이 높다. 굳이 간이과세제도 범위를 확대해 국세통계의 신뢰성을 훼손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세제는 공정해야 하고, 복지제도는 형평성 유지해야 한다. 간이과세 범위 확대는 대충 넘어 가자는 것인데, 깜깜이 영역을 확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원은 가능한 투명하게 노출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복지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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