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원점에서 다시 짜야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9-02-27 11: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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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소득 양극화 수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배율이 5.47로 나타난 것이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이다. 이 중 실제로 일을 해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43만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 대비 36.8%나 줄어들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2분위 이상의 근로소득은 모두 늘어났다. 소득 최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932만4000원인데, 이 중 근로소득은 14.2%나 크게 늘어났다. 근로소득만 따로 떼 놓고 보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사업소득 수준과 관련해, 지난해 4·4분기 전국 가구 가계 소득 중 사업소득은 3.4%가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2015년 4·4분기 0.4% 증가된 이후 12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을 5분위로 나눴을때 차하위 계층인 2분위 가구주의 자영업 비중은 2017년 4·4분기 24.4%에서 지난해 4·4분기 19.3%로 약 5%포인트 줄어들었고, 소득 최하위 1분위 가구주 자영업자 비중은 13.1%에서 15.9%로 증가했다. 영세 자영업자층이 뿌리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대표 격인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문재인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일용직 등의 근로소득이나 영세 자영업자등의 소득수준이 악화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정책의 영향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대선공약에 포함돼 있었던 사안일지라도 정책 집행에는 신중을 기했어야 옳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논란 초기부터 정부는 부정적 측면의 통계를 외면했다. 현실감각이 무딘 폴리페서들의 뜬 구름 잡기식의 정책 조언을 듣고 집요하게 밀어붙인 결과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수많은 빈곤층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관련해 정책제안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한숨만 나온다. 정책제안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가 영세자영업자나 일용근로자들에게 미치게 될 구체적인 영향을 정밀하게 예측하기에는 현실감이 부족했을 것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얄팍한 경제지식으로 만용을 부린 결과다. 100억대 재산가가 일용근로자나 영세자영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지 의문이다. 최소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이라도 해봤어야 옳았다. 하기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소상공인 관련 정보와 통계가 부실하니 시나리오 분석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소상공인대표들과 가진 간담회 석상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미안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 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고수할 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홍남기경 제부총리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부터다. 앞에 언급한 현상들은 작년 말 통계다. 금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10.9% 추가 인상과 주휴수당 20% 추가 지급 등의 부담이 가중돼 양극화 현상은 더욱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이 더해져 하위소득 근로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는 점점 더 팍팍해지게 될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지난해 4·4분기 전체 가구의 공적 이전소득은 35만2600원으로 전년 대비 28.9% 늘었다. 그런데, 소득 상위층인 5분위 가구의 공적 이전소득은 30만3900원으로 전년 대비 52.7% 상승한 반면, 소득 하위층인 1분위 가구는 44만2600원으로 17.1%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 이전소득이 소득 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변화율은 복지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니계수 변화율이란 시장소득지니계수와 가처분 소득지니계수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시장소득에서 조세부담 등을 차감하고, 정부의 이전지출을 더한 것이 가처분 소득이다. 결국, 지니계수 변화율이란 정부의 조세정책과 복지 정책이 소득양극화 해소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인 것이다. 공적이전소득만을 감안한다면, 소득재분배 효과는커녕 오히려 소득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양극화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의 영향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고, 복지제도 설계가 잘못돼 있다면 아무리 많은 복지 지출을 퍼붓더라도 소득수준 격차 해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제에 경제정책 전반의 틀을 원점에서 새로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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