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결제가 성공하려면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09-07 11: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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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25일 소상공인 카드결제 수수료 제로화를 목표로 QR코드 방식의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서울페이를 오는 12월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표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 할 뜻을 밝혔고, 중소벤처기업부와 다수의 지자체들이 동참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시스템개발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50억 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서울시는 100억 원 규모의 홍보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제로페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구매자가 판매자 QR코드를 인식한 뒤 금액을 전송하거나 판매자가 기존 결제단말기(POS)QR리더기로 구매자 QR코드를 읽어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용자와 가맹점이 직접 결제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밴사 등의 중계사업자도 배제된다. 서울시는 네이버페이를 포함한 5개 민간 결제 플랫폼사업자들과의 제휴계약을 체결해 QR코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KB국민은행을 비롯한 11개 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비자에 대한 유인책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소득공제율 40%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처럼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제로페이 결제제도가 성공해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으로부터 해방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로베이 결제제도가 성공하려면 과거 결제와 관련된 제도들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살펴보고 필요한 시사점을 찾아 취사선택해야 할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자세로 과거 결제제도에서 벤치마킹할 요인들을 찾아보기로 하자.

 

첫째, 정책적으로 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해소시켜 주는 정책이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명제는 형평성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치적 필요와 재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신용카드 결제가 활성화됐는데, 그 과정에서 모든 이해당사자가 혜택을 누렸지만 가맹점만 유일한 피해자로 남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결제 활성화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활성화된 것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소비자에게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었고,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강력한 법을 만들었다. 국세청도 ‘3진 아웃제까지 도입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동참했다. 가맹점 입장에서 보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가혹한 법률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제대로 통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가처분 소득이나 민간소비지출 대비 신용카드 사용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급기야 김대중 정권 말기 신용카드 대란을 불러일으켜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초기 신용카드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주었던 세액공제 혜택은 점차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 신용카드사업자 및 소비자 모두 상당한 혜택을 누렸지만, 가맹점만 유일한 피해자로 남게 되었다.

 

둘째, 영세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과도한 카드수수료 부담을 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결제는 관련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재벌들이 먼저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했다. 재벌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신용카드 회원과 가맹점이 급격히 늘어난 후에 정부는 입법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공격적 영업을 통해 다수의 회원과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였다. 재벌계 신용카드사업자들은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법이 아닌 신용카드업법(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선진국은 카드사업을 은행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산업 구조가 선진국의 4당사자 체제가 아닌 3당사자 체제로 자리매김을 하게 돼,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수수료 수준은 카드사들 간 경쟁체제가 아닌 카드사들의 담합방식으로 책정되는 구조를 취하게 됐다. 대형가맹점들은 카드사와 담판을 벌여 수수료를 인하혜택을 누렸지만, 소상공인들은 협상력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높은 카드수수료를 부담해야만 했다. 정치권은 자영업자 카드수수료부담이 이슈화될 때마다 정치적 잣대들 들이대, 이론적 배경은 완전히 배제한 채 무 토막 자르듯 카드수수료 인하조치를 단행했다. 수수료 수준이 카드사간 경쟁에 의해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원죄의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결제제도는 첫 단추가 잘못 꿰진 탓에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은 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관 주도 상품권 결제가 상당수준 활성화된 원인은 할인판매와 국세청에 매출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과 고향사랑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 수준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새로 도입하는 복지수당과 공무원 복지포인트의 30%를 온누리상품권과 고향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해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 받침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온누리상품권 판매실적은 1조원을 넘어섰고, 금년에는 15천억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56개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고향사랑상품권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에 발행한 지역화폐는 3,1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권 결제와 관련해 가맹점 수수료는 없다, 왜냐하면, 상품권 인쇄, 판매, 회수대행 및 환매에 소요되는 비용 전체를 정부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관주도 상품권 시장이 활성화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적극 판매를 장려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국세청에 매출정보가 보고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 때 할인판매 제도 운영 등과 맞물려 상품권 깡 문제가 언론에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 중기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 할인 차액을 얻기 위해 3개월간 불법 유통시킨 전통시장 상인 1,234명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에는 이런 문제가 최근에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과세형평성 확보와 상품권 깡 방지를 위해 과세자료의 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품권 매출정보가 가능한 빨리 국세청에 통보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국세청이 신용카드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한 후 신용카드 깡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제로페이 결제도 시행 전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넷째,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할 대안이 있었음에도 경쟁관계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했다. 일부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 주류결제시스템은 수수료율이 0.11% 수준으로 낮지만, 은행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주류결제시스템이란 주류도매상이 주류소매상이 보유하고 있는 주류구매카드로 계좌이체방식으로 결제 받고 해당 정보를 주류밴사가 국세청에 전송하는 제도이다. 주류밴사는 모바일 단말기를 주류도매상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결제중개서비스를 수행하고, 결제정보를 국세청에 통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0.11% 수준의 수수료를 징구해 은행과 주류밴사업자나 나누어 가지는 구조이지만, 어느 당사자도 수수료가 낮다는 이유로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이 B2C 신용카드 결제를 대체할 수 있다면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유사한 시스템이 또 있다. 금융결제원과 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현금IC카드 결제시스템도 있다. 현행 1% 수준의 수수료수준은 은행들과의 협상을 통해 상당수준 낮출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의2 1항 제4호에 따라 직불 전자지급 수단의 결제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나 카드사들은 이런 결제제도의 확산을 기피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결제로 받는 수수료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제로페이 결제에 참여한 은행들은 정치권의 팔 비틀기에 밀려 계좌이체수수료 면제 양해각서에 싸인을 했지만, 실제 운용과정에서 얼마나 적극성을 띄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경쟁대상인 은행, 신용카드사업자, VAN사 및 PG사 등 기존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 참여자사업자들의 이해관계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앉아서 밥그릇을 뺏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중국의 QR코드 성공사례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8% 수준이고 통장 발급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중국은 유선통화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바로 이동전화 활성화에 성공했던 것처럼, 결제방식도 전통적인 결제제도를 뛰어 넘어 QR코드 시스템을 활성화시켰다. 알리페이 등의 QR코드 결제 시스템 도입 초기부터 이들은 경쟁대상이 되는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이 활성화돼지 않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기존의 신용카드카드사로부터 제공받는 마일리지 혜택과 결제의 편의성을 제로페이 결제가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필요할 것이다. 중국의 금리는 아직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QR코드 결제사업자들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재원의 활용효과가 높다는 점도 우리와 다르다. 낮은 수수료를 받더라도 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의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사업 초기 경쟁적으로 천문학적 수준의 고객확보비용을 지출했다. 또한, 중국의 QR결제사업자들은 이미 공룡기업으로 성장해 광고 수입 등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업기회가 풍부하다는 점도 우리의 환경과 다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여섯째, 무상이면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과거 서울시는 예산을 투입해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무상으로 신용카드단말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이유는 현장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중국의 QR코드 결제 사업자들은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수수료를 가맹점으로부터 징구하고 있다. 소비자와 가맹점간 결제 과정에서는 다양한 불만요소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수 천 명의 콜 센터 요원들을 고용해 소비자 불만 처리를 하고 있다. 제로페이 결제에 참여한 사업자들도 고객과 가맹점간 결제가 늘어나면 소비자 응대 유지비 부담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비용부담을 해줄지 아니면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전가를 허용할지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QR코드 결제와 관련해 국제 간편결제 깡 이슈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얼마 전 중국 요커들이 태국이나 베트남 관광지에서 QR코드로 결제했지만, 매출실적은 중국으로 귀속되고 있다는 문제가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다. 간편결제는 중계사업자 없이 P2P 방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경을 넘나드는 신용카드 깡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편의점에서 중국 유커의 91%는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명동이나 동대문등 중국 유커들이 자주 가는 상점에서 간편결제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제주도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들이 많이 있고, 대부분의 고객도 중국 유커들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이런 현상이 우리에게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간편결제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는 통제시스템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국세청과의 사전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플레이어가 아닌 룰 메이커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은 상식이다. 정부가 시장과 싸워 이긴 경우는 없다. 정부는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로 잡아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해야 옳다고 본다. 다른 나라에서도 정부가 플레이어로 시장에 참여해 민간 사업자와 경쟁을 해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기왕에 소상공인 수수료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뛰어 들었다면, 다양한 결제시스템들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심층 분석해 성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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