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업자 우대하는 부가가치세법과 관세법 개정해야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09-07 11: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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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요즘 길을 걷다 보면 의류나 신발 등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의 폐업현상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단순히 내수부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이유를 들자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법과 관세법이 해외 직구와 관련해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나라 법이 자국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이런 상식 밖의 법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도의 해외 직구금액은 2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7.6%나 증가했다. 직구활성화 정책 시행 전인 2013년도 11000억원 규모 대비 2배 정도로 늘어났다. 2017년 주요 상품군별 직구 현황을 살펴보면, 의류 패션 구매 8100억원, ·음료품이 5400억 원, 화장품 1400억원, 스포츠 레저용품 400억원 등이다. 후술하겠지만, 이런 통계수치는 저가신고 관행으로 실제보다 훨씬 낮게 집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품목들은 대부분 영세자영업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전자상거래를 통해 판매하는 품목들이다. 이러니 국내 사업자들의 매출은 줄어들고, 급기야 폐업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법 276호에 거주자가 받는 소액물품으로서 관세가 면제되는 재화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면세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직구 품목에 대해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가 탈루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44독과점 소비재 수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2015년도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입 독과점 완화 및 소비자 후생증진을 위한 공산품 대안 수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식·의약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전 품목에 대해 Negative 방식으로 배송업체의 간략한 송장만으로 신속하게 통관을 허용하는 목록통관 제도를 도입했다. 소액 관세 면세한도를 물품가 150(미국200)로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종래에는 수출업체만 사용할 수 있었던 인천공항 내 특송화물 전용 물류센터와 KOTRA의 해외 공동물류센터를 수입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했다. FTA 체결로 호혜주의에 입각해 소액 수입물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까지 준다는 점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왜 장관이 직접 나서, 외국사업자와 유통재벌에 엄청난 특혜를 주지만 내국사업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를 입안하도록 진두지휘했는지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 최순실이 관세청 인사에 깊이 개입했다는 사실과 중첩되면서 면세점 특혜 이외에도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점점 더 증폭된다.

 

직구란 국내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직구가 활성화되면서 외국어나 인터넷에 능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대신해 구매를 대행해주는 구매대행서비스라는 업태가 탄생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유통재벌들은 잽싸게 변칙적인 구매대행 서비스 방식을 개발해 직구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의 판매행태는 직구 구매대행이 아니라 상품매매업이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해외 판매자에게 직접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재벌들이 소비자로부터 직접 결제를 받고, 이들이 해외사업자에게 상품 구매대금을 결제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송작업이나 통관대행 작업도 유통재벌들이 지정한 업체가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이들은 상품매출액이 아닌 구매대행 용역금액을 과세대상으로 보고 부가가치세를 낮게 신고했을 것이다. 부가가치세 탈루 가능성이 농후하다.

 

변칙적 사업행태는 점점 더 악질적으로 발전해 나갔다. 유통재벌들은 내남없이 외국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입점안내 설명회 개최하고, 선정한 사업자들을 온라인 쇼핑몰 해외 직구관에 입점시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힘들게 장사하고 있는 내국 사업자보다 외국 사업자들의 매출을 올려주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일부 사업자들은 해외에 창고를 매입해 덤핑물건을 대량 구매해 놓고 직구방식으로 위장해 상품을 국내에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업자는 국내 사업장을 폐쇄하고 미국 등에 사업장을 개설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일자리 축소는 물론 국부유출이라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유통재벌들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관세청도 이런 변칙 영업을 거들었다. 목록통관제도 허용해 주었고, 특송업체 지정권 부여, 그리고, 소비자를 대신해 통관대행을 해 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었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편하게 집에서 배송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관세나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으니 가격도 저렴하다.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이들 구매대행 사업자들은 소비자가 직접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했다는 핑계로 반품처리나 A/S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 유통재벌들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좋은 사업기회가 없을 것이다.

 

특송업체는 소비자를 대신해 수입신고를 할 때 저가신고를 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세청은 목록통관절차에 따른 통관 절차 진행 과정에서 특송업체가 대리 신고한 수입가격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통계청이 발표하는 직구관련 통계수치도 과소하게 산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은 저가신고 여부를 쉽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해외결제를 한 것이 아니라 네이버 등 쇼핑몰 사업자에게 결제를 했기 때문이다. 유통재벌들로부터 개별 결제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면 저가신고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수입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내국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관세법과 부가가치세법은 당장이라도 개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국내사업자가 부가가치세를 체납했다면 국세청은 사무처리 규정에 따라 압류 등의 가혹한 절차를 밟는다.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대리통관제도, 특송제도 및 목록통관 제도도 다른 나라 사례를 면밀하게 조사해 과도한 특혜가 있다면 바꿔야 마땅할 것이다.

 

지난 16일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총 352, 146.9kg, 시가 2033억원 상당의 마약류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대비 건수 64%, 중량 409%, 금액 386%가 각각 증가한 것이다. 경로별 적발건수는 국제우편이 193(55%)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특송화물 123(35%), 항공여행자 24(7%) 순이었다. 직구와 관련해 목록통관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까닭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보완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 기간 중 부가가치법과 관세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편법적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면밀한 세무조사를 통해 관세, 개별소비세, 그리고, 부가가치세 과소신고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한 푼도 빠짐없이 추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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