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09-28 12: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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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우리의 경제성장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역대 정권의 성장률을 살펴보면, 박정희 10.3%, 전두환 10.0%, 노태우 8.7%, 김영삼 7.4%, 김대중 5.1%, 노무현 4.5%, 이명박 3.2%, 그리고, 박근혜 2.9%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3%대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잠재성장률도 하락추세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다. 지금부터 8년이 지나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다음 정권 임기 말인 2026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게 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합계출산율은 1.05명이다. 최근 2분기 합계출산율은 1 미만이었다. 인구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인 1.68명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최저수준이다. 자칫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생률 0명대 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구감소로 소멸할 최초의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어느 석학의 경고가 무겁게 다가온다. 인구문제로 인해 미래에 야기될 심각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저성장, 높은 실업율, 1인 독신가구 증가, 무연사회, 결혼기피, 노인빈곤, 평생 근로, 결혼이민자 증가, 도시 집중화 또는 지방 공동화 등 어느 화두 하나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자리, 복지, 노동, 교육 정책 등의 정책들은 조만간 닥칠 미래 현상과는 괴리된 채 그냥 관성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비전 2030’이란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재원마련 대책 부족 또는 허황된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나름의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공식적인 국가 중장기 발전 전략계획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중기계획이 있었고, 이 계획을 중심으로 매년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했었다. 또한, 이에 근거해서 자원의 배분이 이루어졌고, 예산 편성이나 통제도 이 계획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 계획이 사라지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반적인 국정운영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는 지극히 단순한 가정에 근거해 작성된 것일 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의 예산 편성은 그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편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이 기능을 기획예산처 담당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8년 2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되면서 해당 기능은 국가 정부조직법상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 중장기발전전략 수립 기능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담당했었다. 그런데 막상 미래기획위원회에서는 몇 군데 용역을 주고 제출받은 보고서 몇 개를 단순히 보관만 하고 있을 뿐 공식적인 `우리나라의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계획`을 발표한 적은 없다. 국회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기획재정부는 2012년 초 조직개편을 단행해 장기 전략국을 신설했다. 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국가 중·장기발전 전략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어떤 목표를 수행해야 할 미션을 가지고 있다. 국가라는 거대 시스템 안에는 수많은 하위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위시스템들도 나름의 지향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국가시스템과 하위시스템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나가야 미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하위 시스템 간 갈등이 발생하게 되고, 그 결과 국가는 엉뚱한 방향을 향해 가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 낭비 홍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장기 국가 발전전략이 없다는 것은 방향타 없이 항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 국정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운영 방향이 크게 흔들리고,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는 것도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이 없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MB정권의 4대강 사업이나,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란 구호도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덩샤오핑이 수십 년 앞을 내다보고 수립한 3단계 국가 장기전략계획에 근거해 2020년의 따통(大同)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일사불란하게 나아가고 있다. 일본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궁핍한 재정현황에도 불구하고, 전담 장관직까지 신설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합계출산율은 2005년 1.26명에서 점차 개선돼 지난해 1.44명까지 높아졌다.

진정한 국가 중장기발전 전략계획은 엄격한 국가재정운용준칙과 국가와 공기업의 부채관리 기준, 예측 가능한 중장기 세제, 그리고, 성과주의 예산회계제도 등의 제도와 수미일관하게 연계돼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이 확보되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핀란드 등 선진국의 경우, 국가 장기발전 전략계획은 국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국민적 합의를 받고 있다. 그래야 비로소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략 30~50년 안팎을 내다보고 국가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조속히 씽크탱크를 설치하고,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의 사례처럼 단순히 장밋빛 전망만 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끄럽더라도 현실을 숨기거나 부정하지 말고, 가능한 재원마련 대책 범위 내에서 미래에 대한 솔직한 예측을 바탕으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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