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하남점 입점 예정 관련 정부의 역할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9-03-25 12: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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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오는 430일 코스트코가 하남시에 개점할 예정이다.

코스트코는 글로벌 유통대기업으로 우리나라에는 현재 송도점을 포함해 15개의 대규모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이에 하남시 코스트코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 위원회’)는 오는 329일 오후 1시 하남시청 앞에서모두 상점 문을 닫고 1000여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덕풍전통시장상인회, 신장시장상인회, 석바대전통시장상인회, 하남시가구협동조합, 하남패션협동조합, 하남수퍼마켓협동조합, 그리고, 덕풍시장민속5일장 등 7개 단체로 구성되었고,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코스트코 입점 반대를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대책위원회는 상생법 규정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하남시 주관하에 코스트코와 상생법에 규정된 사업조정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다.

 

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몇 차례 코스트코측과 상생협의를 해 봤지만, 코스트코측은 상생협력 관련 서류 한 폐이지 작성해오지 않고 구두로 형식적·일방적 주장만 늘어놓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전혀 협상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코스트코가 하남시에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나 지역협력계획에는 알맹이가 하나 없는 내용으로만 가득 채워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천 송도 입점 시 이들은 사업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FTA에 명시된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ISD)에 의지해 상생법에 규정된 사업조정 제도를 우습게 보는 태도가 분명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코스트코 하남점 개점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 2015년 대법원 판결내용과 중앙정부의 역할

 

2015년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에 의무휴일제 및 영업시간 제한을 가하는 행정행위가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2년 대형 유통업체 6개사는 공동으로 유통법에 규정된 의무휴일제와 영업시간 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손을 들어주었지만, 고등법원에서는 대형마트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2015295)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지방자치단체의 제한 조치가 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의무휴업일 지정 등은 지자체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두 청취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공익과 사익의 여러 요소를 고려해 내린 것"이고, "시장의 집중과 경제력 남용을 적절히 규제하기 위한 입법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의무휴업일 지정 등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중대하고 이를 보호할 필요성도 커 지자체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고, 이어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처분으로 유통업체의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 등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법 1192항에 규정된 경제민주화 조항이 판결의 근거로 작용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제1항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어, 1항의 경제민주화와 상충되는 점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질서 존중과 경제민주화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둘지에 대한 판단은 위정자들의 몫이다.

 

대형마트가 입점을 하게 되면 인근 소상공인 수 천 명이 도산을 하거나 재무적 압박을 받아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이미 500개가 넘는 대형마트가 성업 중에 있다. 지난 10년간 폐업한 약 800만 자영업자가 폐업을 했는데, 이 중 상당수는 대형마트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침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국회 속기록을 찾아보면, 1997년 유통법 제정당시 국회 법안 소위는 단 한마디의 논의도 없이 졸속으로 정부안을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시켰다.대형마트의 도심권 진입을 무제한 허용한 것이다. 유통법에는 소상공인들의 목줄을 죄는 조항들이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일제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경제민주화, 중소기업 보호육성,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반영돼있는 법조항들을 찾아, 유통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 관련 지방정부의 역할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제2항에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고, 3항에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법 제1조에는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역 내에서 돈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목표는 화폐가 지역 내에서 원활하게 유통될 때 달성 가능한 것이다. 화폐는 인체의 피에 비유된다. 대형마트 매출액은 다음 날 아침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남시를 빠져나간다. 두부나 콩나물 등도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본사에서 일괄 구매한 제품을 팔기 때문에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게 된다.

 

정부의 그릇된 정책으로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구도심권이 거의 폐허수준으로 추락한 곳을 볼 수 있다. 초저녁 사람보다 길 고양이가 더 많이 뛰어 다니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 중 대형마트의 무차별적인 개점 허용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남시의 대형마트 입점 실태를 살펴보기로 하자. 하남시 인구는 인구 약 26만명 정도이다. 하남시에는 대형마트는 홈플러스, 이마트, 그리고, 스타필드 2개가 입점해 있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과 준대규모점포(SSM) 수십 개가 성업 중에 있다. 코스트코까지 개점을 할 경우, 인구 62천명당 대형점포 1개 수준이 될 정도로 과밀한 상태가 될 것이다.

하남시와 유사한 환경조건을 가지고 있는 성남시와 비교해 보자. 성남시 인구는 95만명수준인데, 대형마트는 인구 16만명당 1개 수준으로, 하남시 대형마트 밀집도는 성남시에 비해 무려 2.6배에 달하게 된다. 코스트코가 입점을 하게되면 아마도 전국에서 대형마크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밀상태임에도 코스트코가 하남시 진출하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목표 고객층을 하남시 주민뿐만 아니라 교통 편의성이란 강점을 살려 인근 도시 고객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도 주말 하남시 대형마트 인근은 차가 막혀 몸살을 앓고 있다. 택시 기사들도 교통체증을 고려해 승차거부를 할 정도이다. 코스트코까지 입점을 할 경우, 하남시는 교통지옥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인근 도시 주민들의 쇼핑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하남시민들은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마셔야할 것이고, 교통정체로 인한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앞에 언급한 대형마트와 지방자치단체간 법정 분쟁이 벌어졌을 때 서울시와 코스트코간의 대립현상을 돌이켜 보자. 2012년 코스트코는 서울시 가 제정한 조례인 의무휴일제를 따르지 않고 영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코스트코의 서울 양재 등 3개 매장에 서울시 단속요원들을 대거 투입해 소방·건축·식품 분야 등에 대해 점검을 하고 여러 건의 위법사항이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는 서울시의 승리였다.

 

몇 해 전 싸드배치 문제로 중국에서는 반한운동이 격렬하게 벌어진 적이 있다. 일부시민들은 한국 상품을 불태우고, 한국계 상점에 무차별 공격을 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수수방관했다. 이런 싸움의 결과는 롯데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로 결말이 났다.

 

몇 해 전 중국에 외국계 대형가구마트가 입점했는데, 동네 거지들이 떼로 몰려 시험사용을 한다는 핑계로 고급침대 위에 번갈아 드러누워 낮잠을 잤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마트 입점으로 쇼핑편의성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더러 있어, 소상공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주민 편에 서서 대형마트의 입점을 환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하남시의 미래 인구가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하더라도, 4개의 대형마트정도이면 하남시 주민들의 쇼핑편의성은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남시는 수천명의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 분명하고, 하남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결과가 자명하다고 판단된다면 적극적으로 행정력을 발동해야 할 것이다.

 

대책위원회의 우리도 같이 먹고 살자는 구호가 귓전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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