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분식회계사건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12-02 13: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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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슈타임DB>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을 고의적인 회계 조작으로 결론을 내렸다. 증선위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삼바와 김태한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김 대표와 담당 임원의 해임 권고 및 삼바에 대해 과징금 80억원에 처하도록 의결했다.

 

삼성그룹이 20년 넘는 세월동안 공을 들여 작성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가 암초에 걸린 것이다.

 

시나리오의 첫 장면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매입이었다. 1996년 이재용 부회장은 현금 60억원을 증여 받아 16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납부하고, 나머지 44억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매입했다. 당시 44억원은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8조원으로 불어났다. 해피엔딩 시나리오였다면, 시가 총액 400조에 달하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무난하게 움켜쥘 수 있었을 것이다.

 

사건이 밝혀진 계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였다. 여러 사건이 얽히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회계사기(Accounting Fraud)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삼성물산이 TF를 꾸려 그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은 고의적인 회계 분식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제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려야 할 입장이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 개입여부가 밝혀진다면, 또 다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합병비율 산정과 관련해 삼성과 회계법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고,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다면 소액주주들의 재산권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온통 삼성문제로 시끄럽게 될 것이다.

 

재벌그룹의 분식회계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대우그룹, SK 그룹, 두산그룹, 그리고, 현대상선 등 굵직한 사건들이 줄을 지었다.

 

삼성의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슬기로움을 발휘해야할 사안들을 정리해보자.

 

첫째, 순환출자구조를 근본적으로 없애야 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재벌구조를 용인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은 1930년대에, 일본은 전후에 재벌구조를 없앴다. 최근 2013년 이스라엘마저 재벌구조를 없앴다. 재벌구조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극소량의 지분으로 재벌기업군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롯데 시네마 팝콘 판매독점권을 가족에게 주는 것이나,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거래를 조작하는 것 등을 포함해 무수히 많다. 금산분리의 원칙이 훼손돼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민연금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 바, 터널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터널효과를 통해 누군가 이익을 취했다면, 반대로 손해를 입은 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경영권의 세습과 관련된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대기업의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에서조차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도 조만간 경영권을 내려놓겠다는 발표한 바 있다. 인간은 만능일 수 없다.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수십 개에 달하는 기업집단의 경영을 잘 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사람이나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는 사람이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억지를 부리는 사고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며칠 전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이 그룹경영권에서 손을 떼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참신하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셋째, 순환출자 고리는 기업평가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업가치는 해당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미래 현금창출 수익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특정기업이 종속회사 또는 관계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자회사의 수익력을 평가해야만 한다. 이런 지분 구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까닭에 기업가치 평가는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재벌소속 기업들의 주가를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 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나,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 유독 우리나라 주가 하락율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큰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넷째, 우리가 분식회계와 관련해 지나치게 관대하게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다는 것이다. 회계사기는 중대한 경제 범죄이다. 미국의 엔론사는 200115억달러 규모의 회계분식 범죄와 관련해 최고경영자는 법원에서 24년형을 선고받았다. CFO10년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의 회계분식 규모는 45000억원 수준으로 미국의 엔론에 비해 3배나 많다. 향후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수위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수준은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의 빅 4로 일컬어지는 대형회계법인 모두가 이번 삼성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미국 엔론 사건으로 아더앤더슨 회계법인은 공중 분해됐지만, 우리나라는 이들 회계법인에 대해 일부 영업제한 조치로 종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자들도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터널효과는 고도의 지능 범죄이다. 타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편취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적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기업 내 브레인들이 특정인의 사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를 했다면, 이들도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입법부, 사법부 및 행정부 내 이른 바 삼성 장학생들이 이들의 범죄를 방조하거나 도왔다면 이들 또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오너 리스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회사가 모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법제화하면 그만인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재벌구조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라고 못 해낼 것이 없다고 본다.

 

혹자는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위태롭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하지만,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된다고 해서 재벌 소속기업들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대마불사의 논리에 우리 국민 전체가 볼모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노키아는 폭망했지만 핀란드 경제는 더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비록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치는 슬기로움만은 꼭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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