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임대인에게 대한 세액감면 혜택, 정당한 것인가?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10-05 13: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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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지난 920820분경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건물 임대인에게 세액감면 혜택을 주는 조세감면규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국회통과 하루 전인 19일 저녁 해당 법안을 발의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긴급하게 상정돼 1시간여 논의를 진행한 후 의결됐고,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불과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법안 하나가 뚝딱 처리된 것이다. 소상공인 민생 법안들이 몇 년 동안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한숨만 나온다.

 

국회의원 재산변동 공개목록을 보면 여야 의원 60명이 본인 또는 가족이 상가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 건물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제2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임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기적인 자세로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궁중족발 사태를 계기로 발의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과 관련해 발의된 조세특례제한법의 내용은 이렇다. 해당 과세연도 부동산임대업의 수입금액이 7500만원이하인 임대사업자가 동일한 임차인에게 5년을 초과하여 상가건물을 임대하되 임대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내에서 인상한 경우 해당 과세연도의 상가건물임대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소득세 및 법인세의 5% 감면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당일 국회속기록을 중심으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짚어보기로 하자.

 

첫째, 법을 제정하는 헌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았다. 국회법 제79조의 2에 따르면, 의원이 예산이나 기금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할 경우 법 개정에 따라 예상되는 비용에 관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서나 추계요구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의 요구로 상임위원장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추계서는 물론 추계요구서도 제출되지 않았다. 여야 3당 원내대표 간의 합의만 되면, 현행법쯤은 위반해도 그만이라는 발상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둘째, 국회법 제57조 제7항에 규정된 축조심사((逐條審査)를 하지 않았다. 소위원회에서는 축조심사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축조심사란 단어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 심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정된 법안에 대한 소위가 열리지도 않았으니, 단 한 마디의 토론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된 것이다. 2015년 상가권리금 보호와 관련해 통과된 상가임대차 보호법에는 대형마트와 국유재산이 상가권리금 보호와 관련해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해당 법안은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돼 소위가 열렸지만, 단 한마디의 토론도 없이 의결됐다. 당초 다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는 상가권리금 적용배제 조항이 없었다. 위원회 대안으로 발의된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나 심사보고서에도 어떤 사유로 적용배제 조항이 포함됐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다. 국회법 제59조 제5항에 따르면, 소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소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다. 당연히 법률 위반이다. 해당 적용배제 조항 때문에 수만의 소상공인들이 밤잠을 다리 펴고 편히 잘 수가 없는 지경에 처해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개된 자료가 없으니 누구에게 따져 물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로비 당사자들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속히 적용배제 조항을 삭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극히 사리에 맞지 않는 입법 선례를 남겼다. 향후 법안 처리와 관련해 다른 계층에 피해가 예상돼 반발이 있는 경우, 피해계층에 조세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 시켜야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넷째, 정작 영세자영업자는 보호 사각지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주장에 따르면, 자영업자 평균 임대계약기간이 생활밀접업종의 경우에는 2년 1개월이고, 외식업체의 경우에는 평균 2년 6개월인 바, 실질적으로 5년 이상 생존하는 자영업자들은 17.9%에 불과해, 사실상 5년 이상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의 숫자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다.

 

다섯째, 사무실 임대 등의 부동산 임대사업자도 세액 감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상가와 사무실을 함께 임대하는 경우, 사무실 임대료 수입도 감면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 위의 임대주를 위한 세액공제 혜택은 조세정의에 반한다. 무엇이 국익이고 무엇이 양심인지 곱씹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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