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희 변호사의 법률상담소] 내 통장에 잘못 들어온 돈, 그대로 써도 되는 걸까?

최지희 변호사 기자 / 기사승인 : 2019-02-11 13: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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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금융거래의 빛과 그늘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이슈타임)최지희 변호사 기자=돈을 송금하거나 인출하기 위해 은행을 직접 방문하여 대기하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은 아니다. 그러나 상전벽해 같은 세상의 변화는 금융거래 분야에도 마찬가지여서 이제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직접 금융기관을 방문하는 번거로움 없이 돈을 찾는 것과 보내는 것 모두 가능하다.

 

기계나 전자장치를 통해 은행 거래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일에 사람의 행동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생각만으로 금융 거래가 이루어질 수는 없기에 이를 승인하는 절차에는 그것이 비록 버튼을 누르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의 간단한 것이라 해도 우리의 손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종종 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아무리 이기(利器)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예컨대 A에게 보낼 돈을 B에게 보내는 식의 실수가 생길 때도 있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엉뚱하게 A의 돈을 받은 B는 환호작약해야 할까? 독일 법학자 막스 카저(Max Kaser)는 금전의 점유 있는 곳에 곧 소유가 있다 하였으니 이를 믿고 오늘 하루 내게도 기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도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법이 다루는 현실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내 통장에 잘못 들어온 돈, 이른바 착오송금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는 자신 명의의 계좌에 착오로 송금된 돈을 임의로 사용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 등). 비록 송금한 사람이 돈을 잘못 보낸 경우라 해도 이를 받은 사람은 마땅히 잘못 보낸 이를 위해 함부로 이를 사용하지 말고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민사적으로 잘못 돈을 보낸 이는 어떻게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해서는 송금의뢰인(甲)과 수취인(B) 외에도 금융기관(C) 또한 포함시켜 살펴 보아야 한다는 것이 판례이다. 비록 송금의뢰인(甲)이 착오로 돈을 엉뚱한 사람(B)에게 보냈다고 하더라도 판례는 B가 금융기관 C에 대해서 돈을 찾을 권리, 즉 예금채권을 가진다고 본다. 그러므로 만일 B가 금융기관 C를 상대로 자기 계좌에 잘못 들어온 돈을 인출했다면 甲은 B를 상대로 그 돈을 자신에게 돌려줄 것, 즉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아울러 이 때 돈을 함부로 인출한 B가 횡령죄의 책임까지 지게 됨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만일 착오를 한 송금의뢰자(甲)가 막바로 은행(C)을 상대로 잘못 보낸 돈을 다시 자신에게 돌려 달라고 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판례는 앞서의 B가 C에 대해 예금채권을 취득하는 이상, 은행 입장에서는 딱히 이득을 얻은 바가 없으므로(다시 말해 은행은 B에게 돈을 주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으므로) 송금의뢰인(甲)이 은행(C)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은행에 대해 예금채권을 가지는 수취인(B)이 임의로 돈을 송금의뢰자(甲)에게 돌려주면 다행이지만, 만일 그가 반환을 거부한다면 (횡령의 죄책을 지는 것과는 별개로), 답답한 甲이 B를 상대로 잘못 보낸 돈을 돌려 달라는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작년 한해 착오송금은 12만건 약 3,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돌려받지 못한 돈은 1,500억원이다. 소액인 경우 소송 등 돌려받기를 포기한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와 국회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착오송금자에게 송금액의 80%까지를 먼저 지급하고, 추후 소송 등의 방법으로 수취인에게 이 금액을 환수하겠다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별도 재원 마련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수취인이 돈이 모두 소비해버린 경우에는 자신의 잘못으로 돈을 잘못 송금한 사람의 돈을 국가가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마는 결과가 되어 찬반이견이 있어 관련법이 통과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 법무법인 C&K 최지희 변호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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