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세법 개정, 자영업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의미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12-06 13: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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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지난 1019일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170만명에 달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재활용자원에 대한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재활용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은 고물상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못하는 폐지수집노인 등으로부터 재활용폐자원을 매입할 경우 100분의 3의 의제매입세액을 공제해 주고 있다. 고물상은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가 줄어들게 되면, 폐지 줍는 노인들로부터 매입하는 폐지가격을 깎아야만 한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에 규정된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특례에 따르면, 공제율은 재활용폐자원과 중고자동차로 나뉜다. 당초 재활용폐자원에 대한 공제율은 제도도입 당시 공히 10/110이었다. 하지만, 재활용 폐자원에 대한 공제율은 2002년도에 8/108, 2007년에 6/106으로, 2014년과 2016년에도 각각 5/105, 3/103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중고자동차는 도입당시 공제율 10/110 수준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폐지가격은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Kg130원이었던 가격이 중국의 폐지수입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에 최근에는 30~4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하루 종일 폐지를 수거해도 점심 값도 벌지 못할 상황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지난 1018일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폐지 줍는 노인 지자체 취합 현황'을 통해,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지자체에서 파악한 폐지 줍는 노인 수는 19623명이라고 밝혔다. 생활수준별로 보면, 국민기초생계급여수급자가 2842, 차상위계층이 2031, 일반인이 11162명으로 나타났다.

 

조정식 의원의 주장하고 있는 폐지 줍는 노인 수 170만명과는 천양지차다. 이것이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돌입했다는 대한민국의 민낯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분석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기초적인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니,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세법 개정도 현실감각 없이 헛발질만 해 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폐지 줍는 일을 포기해, 동네 고물상이 폐업을 하면 과연 우리가 뒤처리를 감당을 할 수 있을까?

 

한편, 난방용 석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폐지하자는 법안이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민 난방용으로 많이 쓰이는 등유값은 16.4%나 뛰어 201112월 이후 6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6일부터 6개월 간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약 15% 인하조치 한 바 있다.

아직도 등유를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가구비중은 전체가구의 20%정도이다. 도시의 달동네에서, 그리고, 지방의 낙후지역에서 등유를 난방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등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폐지할 경우, 연간 세수 부족액은 1700억원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6개월 한시적 유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는 14000억원 규모이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전국의 수천 석유배달업자들이 폐업을 한다면, 달동네나 지방 낙후지역에 거주하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난방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이러면서 금년 정기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건물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은 가장 먼저 통과시켰다. 이러니 국회가 기득권자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난을 듣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고물상이나 석유배달업 등의 자영업자들은 본인들도 힘들지만, 거래 상대방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복지사각지대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해야만 한다. 이들은 정부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도 감당 못할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동냥은 못해줄망정 쪽박을 깨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시도 때도 없이 정치 후원금을 보내달라는 문자가 날아오고 있다. 더 급히 챙겨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한계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꼴을 봐야 위정자들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의미를 깨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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