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압수수색에 대해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10-02 14: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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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검찰이 양승재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퇴직 때 가지고 나갔던 USB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법원은 여러 차례 기각을 하였지만, 이번엔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영장을 발부했을 것이다. 적시성을 놓친 늑장 영장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순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렛대 삼아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까지 손을 뻗쳐 국정을 농단했다. 왜 이런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을까? 이들은 각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양심을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에 규정된, 입법, 사법, 그리고, 행정 등의 삼권은 각기 독점 권력이다. 삼권은 상호 견제와 균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견제와 균형으로 구성된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시된다면 민주주의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삼권은 모두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독점에서 파생되는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견제와 균형대신 불법적 거래를 선택했을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윗물이 오염돼 있으니, 대한민국전체가 독점 권력의 춘추전국시대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사치에 불과하다. 옳고 그름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권의 민낯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국회는 사법부의 특수활동비 공개 판결을 무시한 채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 시급한 민생입법은 제쳐두고, 그들만의 이권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사법부로부터 은밀하게 재판 컨설팅을 받아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어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행정부와 담합해 지역 예산을 따내고, 이를 자랑삼아 떠드는 것도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수백만 국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법안이 단 한마디의 토론도 없이 국회를 통과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입법로비를 받아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법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은 상당 부분 퇴색돼 있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사법부가 행정부와의 재판거래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여러 차례 검찰의 재판거래 의혹 관련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 발부를 거부했다. 권력과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양심을 버리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재판거래 피해 당사자들이 입은 피해와 받은 쓰린 상처를 무엇으로 어떻게 회복시켜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심지어 목숨까지 버린 사람들의 억울함을 무엇으로 보상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깟 해외 공관에 판사 몇 명을 파견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공적이라 생각하고, 이런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 죄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행정부의 민주주의 정신 훼손 사례는 이루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중국이나 베트남과 FTA를 체결하면서, 법에 규정된 피해영향조사나 사전 피해보전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수많은 중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국가 등이 공공정보화 사업에 재벌 참여를 금지한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을 어기고 대기업에 발주를 해도, 주무부처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수뇌부는 공권력을 무기로 퇴직한 그들 동료들의 일자리를 챙겼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합산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 등의 행정입법사항은 공표하기 전 먼저 국회에 보고되어야 하고, 국회는 이런 사안들이 월권이나 남용을 하지 않았는지의 여부를 살펴야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분명히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규정이 무색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들에게 반칙과 특권을 누리라고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 이들은 정석은 배운 후 잊어버려라라는 바둑 격언을 굳게 믿고 있나 보다. 학교에서 배운 정의나 법정신은 안중에도 없다. 법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문제는 거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사에는 단두대 처형 등의 가혹한 단죄과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은 물 수()자와 갈 거()자로 구성돼 있다. 법은 민의가 흘러가는 대로 제정돼야 하고, 집행돼야 하고, 해석돼야 한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반칙과 특권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국민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혹자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위대한 나라라고 칭송하고 있다. 하지만, 압축성장을 하는 동안 기초를 제대로 다지질 못했다.

 

이들에게 목민심서의 가르침까지 실천해 달라고 바라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이도(吏道)만 지켜 달라고 간청하고 싶다. 사전에 양심(良心)이란 단어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정의돼 있다. 사전적 정의만 제대로 이해하고 행동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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