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음식물 쓰레기 짠 물=산업 폐수' 규정…가축분뇨공동자원화 시설 문 닫나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 2019-02-01 14: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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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슈타임)김혜리 기자=농촌진흥청이 음식물쓰레기를 짠 물을 산업폐수로 간주하는 관련 고시 개정을 추진하면서 가축분뇨공동자원화사업이 전면 중단 위기에 처했다. 가축분뇨에 음식물쓰레기를 병합 처리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도록 독려했던 정부 정책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축분뇨공동자원화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환경오염과 냄새로 골칫덩이였던 소똥, 돼지똥에 있는 바이오가스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부산물인 퇴비, 액비(액체비료)를 농경지에 환원하자는 취지다. 10년간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현재 95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에서 연간 347만t의 가축분뇨를 바이오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가축분뇨만 100% 사용하면 에너지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 가축분뇨를 70% 이상 사용하되 불을 피울 때 쓰는 '번개탄' 역할을 할 수 있게 음식물쓰레기를 짜낸 물(음폐수)을 30% 이내에서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이런 공정을 거쳐 생산된 전기 및 열을 판매하고, 바이오가스가 빠진 부산물은 유기물 비료로 사용됐다.

그러나 농진청이 지난해 11월 갑자기 비료관리법상 '비료 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 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고시 개정안은 음폐수를 폐기물이 아닌 산업폐수로 봐야 하기 때문에 자원화 시설에 쓸 수 없도록 규정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31일 "음폐수에는 염분이 들어 있고, 음식물쓰레기를 액상화하는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쓸 수 있다"며 "음폐수가 들어간 것은 비료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음폐수 대신 물을 넣어라"고 덧붙였다.

자원화시설업계는 현장과 동떨어진 전형적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한국바이오가스협회는 "음폐수는 물환경보전법에서 관리하는 산업폐수가 아닌 폐기물관리법에서 관리하는 폐기물로 폐기물관리법상 비료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진청이 음폐수를 폐수배출 시설에서 배출하는 수질오염 물질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염분과 화학약품 첨가 역시 폐기물관리법상 성분 기준이 있고, 음폐수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에 비료 원료로 쓰는 게 불법은 아니다. 한 자원화 시설 운영자는 "농진청 고시가 확정되면 자원화 시설은 수지타산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신재생에너지와 유기농 비료 생산을 독려하는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도 농진청의 고시 개정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내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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