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대책에 대해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11-29 15: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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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현행 매출액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으로 연매출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평균 2.21%에서 1.6%, 연매출 5억원 이상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2.05%에서 1.4%로 인하될 예정이다. 매출액 5억원 이하 가맹점은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 등에 따라 수수료 실질부담이 이미 낮은 만큼 현행 0.81.3%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매출액 50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은 카드사 마케팅비용 부담 차등화 등을 통해 현재 2.2% 수준에서 0.20.3%포인트 인하해 평균 2% 이내가 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2007년 이후 11년간 총 10차례나 카드수수료 인하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번 대책이 가장 화끈한 대책으로 평가된다. 물론, 어렵고 힘든 자영업자 현실을 감안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원칙을 잃은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정부 대책 발표와 관련된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첫째, 대다수 가맹점이 영세 중소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분류되는 오류를 낳았다. 전체 가맹점의 93%가 영세가맹점으로 분류돼 적정원가와 무관하게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여신전문금융업 법령에 따라 3년 주기로 카드수수료 원가 분석을 기초로 산정된 적격비용을 적용해 인하여력을 산정하고, 이 중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카드수수료 체계에 반영해 왔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3 3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영세 중소신용카드 가맹점이란 용어를 다시 정의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수수료 체계나 원칙이 대부분 무시된 셈이니,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당사자 체제 도입을 통한 수수료 경쟁 기반 조성 등을 포함해 카드 수수료 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금리인상으로 원가부담이 감당하지 못할 경우, 카드수수료를 다시 인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카드사 비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자비용이다. 정부가 법령으로 무 토막 자르듯 우대수수료율 적용을 못 박아 놓았기 때문에, 카드채 조달 금리인상 압박이 마케팅 비용 축소나 인력감축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면 카드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카드사들이 앉아서 망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수수료 인상은 불가능하다.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한 이유다.

 

셋째, 재정부담 문제이다. 정부는 1994년 자영업자 과표양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이용자의 소득공제 혜택과 가맹점의 신용카드세액공제제도를 도입했다. 몇 년 전부터 카드사용이 이미 보편화됐기 때문에 재정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신용카드 관련 조세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돼 왔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신용카드 세액공제 제도가 당초의 제도 도입 목적과는 무관하게 자영업자 소득 지원 목적으로 활용됐다. 금년 8월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통해 신용카드 세액공제한도를 현행 500만원 수준에서 2020년까지 연 700만원으로 상향조정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신용카드 세액공제 한도를 10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이 발표됐다. 세액공제한도가 상향 조정되면 연매출 38000만원10억원 규모 가맹점은 가맹점당 연간 최대 500만원 규모의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세액공제 조세지출 수준은 금년 17000억원 규모에서, 내년에는 21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도가 100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조세지출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신용카드 세액공제 조세지출이 반영되지 않았다. 향후 예산 심의과정에서 추가될 조세지출로 인한 세수결손 현상을 어떻게 보완할지 두고 볼 일이다.

 

넷째, 제로페이 결제제도 도입관련 정책 엇박자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로페이 결제제도는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완화를 목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상당수의 가맹점들은 카드결제를 받으면 마이너스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카드수수료 부담액보다 더 많은 세액공제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제로페이 결제제도를 도입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제로페이 결제사업은 시스템 구축 완료이후에도 가맹점 확보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이다. 당정은 제로페이 결제제도 사업중단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는 OECD 회원국 중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스위스는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후보지 결정을 위해 12년 동안 국민들의 논의과정을 거쳐 2027년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 한다. 우리와의 괴리가 너무 크다. 소수의 정책입안자들이 밀실에서 도깨비 방망이 뚝딱하듯 정책을 입안하는 것과는 너무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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