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르완다 출장 후기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9-02-20 16:21:45
  • -
  • +
  • 인쇄
▲ 르완다 국기. <사진=이슈타임DB>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구정 연휴를 포기하고,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새벽 7박9일 일정의 르완다 출장길에 올랐다. 환승시간을 포함해 장장 20시간이나 걸리는 먼 길이었다. 출장 목적은 르완다의 전반적인 세제 및 세정 개혁 컨설팅 수행을 위한 예비조사였다. 해당 사업은 KOICA가 지원하는 개발도상국의 공적 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감사원이 발표한 보고서나 국회에 제출된 자료 등을 읽고, ODA 또는 EDCF(경제개발 협력 기금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터라 유사한 목적의 출장 동행 요청을 여러 차례 거부한 바 있다. 우리나라 GDP가 3만불이 넘었다지만, 아직도 굶는 사람들이 즐비한데 남의 나라 사정을 돌본다는 것이 사치스럽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프리카 출장을 가기로 약속을 했으니, 나름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에 출장 전 틈나는 대로 정보도 취합했고, 책도 여러 권 읽어 사전 지식을 습득했다.

르완다는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내륙 국가이다. 르완다는 야생 고릴라 관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도가 1500미터 이상에 위치해 있어 그리 덥지 않고, 천 개의 언덕을 가진 나라 또는 아프리카의 스위스로 불리고 있다. 인구는 1100만, 수도는 키갈리이다.

르완다 국민소득은 800불 미만으로 최빈개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르완다 정부는 전체 예산의 40%를 외국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대 원조국인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개도국에 대한 원조를 대폭삭감하면서 재정 위기 문제가 심각해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세수증대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세원확보를 위한 기반이 부실한 상태에서 단기적인 세수 확보에 치중하다 보니 세목 간 균형을 상실한 채 지나치게 부가가치세 징수에만 의존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칫 18% 수준의 높은 부가가치세율 때문에 지하경제 규모를 키우거나 르완다 일자리 창출에 역효과를 낼 위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루한 비행 끝에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 공항에 도착해 KOICA 직원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향했다. 제일 먼저 다가온 느낌은 공기가 맑다는 것과 도시 전체가 너무 깨끗하다는 점이었다. 길가에 담배꽁초는 물론 휴지 한 조각 널려져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출장 기간 중 키갈리 외곽 지역에도 가 보았으나 거기에서도 쓰레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쓰레기 봉투 의무 사용제도가 도입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쓰레기를 처리하는지 출장을 다녀온 현재까지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호텔 등의 시설은 선진국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외곽 지역의 주거시설은 열악한 편이지만, 키갈리 시내의 부촌 주택들은 화려했다. 3룸 신축 아파트 월세가 2500불 수준이라고 한다. 키갈리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승객을 태우는 오토바이 운전기사 월수입이 월 100불 정도라 하니 이곳의 빈부격차도 심각한 지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갈리 도착 다음 날부터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르완다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산업부, 개발청, 한국은행, 통계청, 관세청, 공인회계사회, 상공회의소, 국책연구소 등의 주요 인사들과 심도있는 미팅을 가졌다. 현지 대사관 공무원 및 KOICA 직원들과의 미팅도 가졌고, 한인 식당 주인 등과의 미팅을 통해 납세자들의 납세 순응태도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실무적 미팅도 가졌다. 르완다 공무원들과의 미팅을 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놀랐다. 먼저 고위 공직자들의 높은 지식수준에 놀랐고, 후진국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부패를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에 놀랐고, 자기들의 약점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에 놀랐다. 르완다는 우리나라 이외에도 많은 선진국이나 국제기구로부터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받고 있지만, 너무 먼 나라의 아득한 이야기로만 들렸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민국의 압축성장 과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르완다 공무원들이 하나라도 더 배워 빨리 최빈국의 위치를 탈피해보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출장 기간 동안 만나는 사람들 모두의 얼굴에는 악의라고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착하고 순했다. 모두가 예수와 부처인 것처럼 느껴졌다. 관련 서적에서 르완다에 3년 거주하는 동안 화를 내는 사람이나 싸우는 장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점이 이해가 됐다. 르완다는 인종간 갈등으로 1994년 당시 인구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명 정도가 불과 3개월 남짓 기간 동안 학살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정글 칼로 무차별 학살을 하는 제노사이드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24년이 지난 지금 표면적으로는 인종간 갈등의 흔적을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다. 우리가 여순사건이나 제주 4·3사건을 겪은 지 70년의 세월을 보냈지만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이들은 불과 24년 전의 끔찍했던 친인척이나 이웃들의 이야기를 모두 잊고 사는 사람들 같았다. 르완다 국민들은 개 기르는 것을 싫어한다고 들었다. 제노사이드 발생 당시 시체를 뜯어 먹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르완다는 내륙 국가이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주변 국가들보다 많이 들어 공장이 들어서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요 생필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자원도 부족해 산업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커피 품질은 좋다고 들었지만 물류비용 부담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르완다에는 KT가 WCDMA 망을 깔아 인터넷 사정이나 이동통신 사정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아프리카 국가 중 ICT 경쟁력은 최고 수준이라 한다.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교가 진출해 있어, 양질의 IT인력을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ICT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해 국가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르완다의 세제와 세정 개혁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전반적인 국세행정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고, 또한 납세자들의 ERP 구축 사업 활성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사업의 성공은 르완다 주변 동아프리카 연합 국가들에 대한 시스템 수출 기회를 낳게 될 것이다. 우리의 IT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게 될 것이며, 르완다의 ICT 경쟁력 수준도 강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르완다 세제 및 세정 개혁 프로젝트가 선정되고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함에 일조하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이슈타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