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희 변호사의 법률상담소] 재산명시제도를 활용해보자

최지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8-10-05 17: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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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명시제도를 이용할 수있는 방법 <사진=ⓒGettyImagesBank이매진스 제공>
(이슈타임)최지희 변호사=필자는 올해 초 민사상 소멸시효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소멸시효 완성 전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당시 민사상 돈을 받을 권리는 일반적으로 10년이 지나면 소멸하고, 일부 채권의 경우는 1, 3년의 단기시효가 지나면 소멸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돈을 받을 권리가 소멸한다는 점을 설명했고,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지 않도록 하려면 민법 제168조에서 정하고 있는 방법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판결로 권리가 있음을 확정 받은 경우에도 판결이 확정되고 나서 10년이 경과하면 권리는 소멸한다. 더 이상 법적으로는 본인의 권리를 구제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판결을 받아 둔 경우에도 10년 내에 재차 소송을 제기하거나 압류, 가처분과 같은 시효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방 재산을 찾을 수 없어서 하고 싶어도 압류와 같은 시효중단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민사집행법에서 규정한 재산명시신청을 활용할 수 있다.

 

재산명시제도라 함은 일정한 집행권원(확정판결, 지급명령, 공정증서 등)에 따라 금전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가 채무를 스스로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일정기간 내에 재산을 처분한 상황을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고, 그 진실성에 관해 선서하게 함으로써 채무자의 재산상태를 공개하는 법적절차를 말한다. 민사집행법 제61조에 규정돼 있다. 재산명시절차는 채권자가 법원에 명시신청을 하면 법원이 채무자에게 명시명령을 하고, 명시명령에 대해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재산의 명시를 위한 명시기일을 정해 채무자에게 법원에 출석하도록 하며, 채무자는 명시기일에 법원에 출석해 판사 앞에서 자신이 작성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그 재산목록이 진실함을 선서하게 된다. 채무자가 명시기일에 불출석 또는 선서를 거부하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은 20일 이내의 감치처분을 할 수 있고, 허위의 재산목록을 제출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명시제도는 주로 저축은행 등 소위 제3금융권이나 대부업자들이 많이 이용하던 제도였지만, 지금은 일반 채권자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재산명시절차에서 연락이 안 되던 채무자를 만날 수도 있고, 재산관계도 파악할 수 있고, 현재 재산이 없더라도 그간 재산관계를 추론해 다른 소송으로 나아가거나 명시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을 해 채무자가 향후 금융거래를 하는데 불이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자발적인 이행을 강제하는 유효한 간접강제수단이 된다.

 

종래 재산명시신청에 대해 대법원은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신청을 한 경우 그 자체로 바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상 후속절차를 속행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기 때문에 재산명시신청이 시효중단 제도로서 미흡한 면이 있다고 판단돼 왔다. 그런데 최근 부산지방법원 민사 항소부에서는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해 채무자에 대해 한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해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해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부산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40461 판결)”는 판결을 선고해 재산명시신청 절차가 종결되면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으로 종래 대법원의 입장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

 

향후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다루어지기는 하겠지만, 채무자가 자진해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내역과 소재를 채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한 경우, 채권자는 가압류 등의 보전절차에 착수할 수 없게 되거나 소를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 하게 할 뿐이어서, 이러한 경우 그 요건과 절차에 있어서 압류 등 강제집행과 대등할 정도로 엄격성을 가진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해 보아야 할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

 

위 판결 이후, 재판에서는 이겼는데 돈을 못 받고 있다는 수많은 채권자들이 재산명시신청을 더욱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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