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6) - 형평성이 결여된 세법 개정해야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10-25 17: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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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수입맥주시장이 급속한 성장세를 타면서, 국산맥주 산업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중소업체들이 운영하는 수제맥주 산업은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근본적 원인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되는 형평성이 결여된 주세 체계 때문이다. 우리의 세제는 국산맥주보다 수입맥주에 지나치게 관대한 대우를 하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맥주업계는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주세 개편을 요청해왔다. 국세청 등 과세당국도 과세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건의한 바 있고, 기획재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지난 10일 공청회를 열어 종량제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2019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세법 개정과 관련해 "맥주뿐만 아니라 전체 주류에 대한 종량세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민들은 수입맥주에서 야기된 문제가 소주 값 인상으로 귀결돼 서민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국내 주류 총 출고량 중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57% 수준이다. 희석식식 소주가 26%, 탁주가 11%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맥주시장에서 2013년 국내 대기업 제조3사의 시장점유율은 95.0%이었으나, 2017년 추정 시장점유율은 82.8%12.2%나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수입맥주는 2013년부터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보여, 2017년 시장점유율은 16.7%까지 늘어났다. 이러다 국내 맥주산업 전체가 공동화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저성장 현상이 고착화돼 거의 모든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데, 유독 수입맥주시장만이 이렇게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첫째, 주세 부과방식의 차이로 국산맥주가 수입맥주보다 500ml 캔 당 세금을 두 배 가깝게 많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는 원재료비 + 판매관리비 + 이윤등에 주세율 72%를 적용해 주세를 포함한 세금을 743원 정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격에 동일한 주세율을 적용해 400원 정도의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수입맥주는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지만, 국산맥주는 이런 가격을 맞춰 낼 수가 없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국내 브랜드 맥주인 줄 알고 마시는 맥주가 사실은 국외에서 생산된 제품인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OEM 생산하던 외국브랜드 맥주도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맥주와 무관한 소주 제조업체까지 맥주 수입을 하는 현상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주류제조사들은 국내 생산보다는 맥주수입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뛰어들어 반짝 성장세를 유지하던 수제맥주 시장도 괴멸위기에 처해 있다. 혹자는 주세 부과방식의 변화로 맥주 가격인상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국산맥주 가격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수입맥주와의 경쟁을 통해 오히려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주류수입면허업자에게 특혜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112월 수입주류의 소비자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주류수입업자가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 중소기업이 담당했던 주류 도매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가장 혜택을 본 기업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소매유통망을 쥐고 있는 유통재벌들이었다. 이들은 국산맥주는 주류도매상에게 유통마진을 나누어 가져야 하지만, 수입맥주는 제조와 유통마진 모두를 챙길 수 있는 까닭에 수입맥주 판매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스키 등의 양주 최대 수입국이다. 양주 최대 수입국의 입장에서, 위스키 원액 수입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버틀링을 포함한 라벨 인쇄 또는 부착 등 포장 공정 등은 국내 사업장에서 수행하라는 요청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에서 완제품 포장까지 해 수입하는 행태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잘못된 세제와 제도 때문에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마저 허공에 날려버리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란 구호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사업행태이다. 공정경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직구 구매대행으로 수입되는 재화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것도 잘못된 세제이다. 온라인 유통대기업들의 변칙적인 사업으로, 국내 의류나 신발 제조 또는 유통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사업자보다 외국사업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세제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FTA측면에서도 외국사업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지, 국내사업자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라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도 정부가 내세웠던 명분은 수입물가 안정이었다.

 

규제완화라는 주장이 국내 일자리 괴멸현상으로 귀결되는 것이라면, 차라리 규제를 강화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기울어진 세제 운동장은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 대척점에 있는 정책 적폐는 청산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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