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에 드리우는 관(官)의 그림자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 2018-11-16 18: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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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제로페이…中 알리페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슈타임)김혜리 기자=중국에서는 동냥과 적선까지 QR코드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웃음 짓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우리 금융당국도 QR코드를 통한 간편결제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간편결제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유는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QR코드를 통한 간편결제는 구매자가 스마트폰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으면 구매자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결제 과정에서 신용카드 결제 망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가맹점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앞서 `간편결제 종주국`인 중국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으로 단숨에 `핀테크 대국`으로 우뚝 섰다.

중국이 핀테크 강국으로 떠오른 데는 `네거티브 규제` 정책의 영향이 컸다. `네거티브 규제`는 정부가 기존 법으로 규율하기 힘든 새 서비스를 먼저 허용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규제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4년 마윈의 알리바바그룹은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정부의 이 같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 경우다.

당시 중국 정부는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생각으로 알리페이를 남부지역에 시범적으로 허용했다가 성과가 나타나자 바로 전국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해줬다.

아울러 시장 진입 규제를 풀어 비(非)금융사가 금융산업에 진출해 핀테크 혁신을 주도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유연한 환경 속에서 알리바바는 대출 중개, 신용평가, 온라인펀드·보험 등으로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알리페이의 무서운 성장과 함께 위챗페이까지 중국의 간편결제를 견인하면서 지난해 중국 시장 내 지불 방식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78.5%에 달했다. 대부분이 QR코드를 통한 결제였다. 반면 신용카드나 현금을 이용한 일반 결제는 21.5%에 불과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거래금액도 천문학적이다. 2016년 58조8000억 위안(약 9400조원)에서 지난해 98조7000억 위안(약 1경670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미국보다 80배가량 큰 규모다.

우리나라 간편결제 서비스 규모는 2016년 약 80조원으로 집계됐다. 올 3분기 전체 신용카드 승인금액(159조원)을 감안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최근 정부는 각 지자체와 소상공인 전용 모바일 결제(가칭 제로페이)를 비롯해 은행, 카드사, 전자금융업자들의 모바일 결제도 QR코드 방식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결제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QR결제 표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관(官) 주도의 제도 마련이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은행·카드사의 팔을 비틀어 진행되는 `하향식` 제도 추진이 핀테크 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추월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양한 결제 사업자들의 혁신을 가로막지 말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쥐여준 후 한 발 뒤로 물러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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