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관련 법적 이슈 점검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9-03-24 18: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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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오는 430일 글로벌 공룡대기업인 코스트코 하남점이 개점할 예정이다. 이에 하남시 소재 7개 소상공인단체는 입점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생법 규정에 따른 사업조정 절차에 착수하였고, 이달 29일 단체 소속 회원들은 전부 점포 문을 닫고 하남시청 앞에서 1000여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거시적 시각에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와 관련된 주요 이슈를 관련법 중심으로 짚어보자.

 

◇ 유통업계의 일반 현황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입점한 소상인들의 현실은 처참하기 짝이 없다. 1997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개점 전면적 허용 당시 유통학계는 우리나라 전체의 적정 대형마트 수를 200개 정도로 추정했었다. 대형마트가 입점하려면 인근 상권 인구가 30만명 정도는 되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발표된 자료다. 그런데, 유통대기업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 우리나라의 대형마트 수는 500개를 넘어섰다. 이것도 모자라 대형마트 입점이 어려운 지역에는 SSM이나 상품공급업 등의 형태로 기존 상권에 침투해 무차별적으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유통대기업 전국시대가 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주요 유통업체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6.8%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은 15.9%인데, 오프라인 부문은 1.9% 증가에 그쳤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대비 2.3% 하락했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마트조차 2018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가히 어닝쇼크라 불릴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주된 이유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유통업계의 식품부문의 매출은 신선식품의 새벽 배송 등의 경쟁력 강화로 전년대비 25.6%나 성장했다. 1000원짜리 콩나물까지도 새벽에 문 앞에까지 배송을 해주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 이런 이유로 젊은 층은 대형마트를 외면하고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다른 세대까지 점점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점점 더 줄어들고, 일부지역에서는 대형마트가 폐점하는 사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대기업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고 있고, 오프라인 신규매장을 개설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골목상권 상인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처지가 됐다.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의 소상인들은 지역적 접근 편의성에 의지해 틈새시장에서 나오는 작은 매출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5년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제정이후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출점 러시

 

먼저 유통법과 관련된 이슈를 짚어보자. 우리나라는 WTO에 가입을 계기로, 1997년 유통법을 제정해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를 전면 허용했다. 당시 국회 속기록을 찾아보면, 유통관련 법안 소위원회는 단 한 마디의 논의도 없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원안 그대로 의결했다.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를 무제한 열어놓은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당시 정부는 이어 외국의 유통업체들의 국내 시장 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통산업 현대화란 정책을 내세워 유통대기업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집행하기도 했다. 유통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예산지원을 퍼부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1997년 우리나라는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를 전면적으로 허용 했지만, 선진국들의 사정은 다르다. 비슷한 시기인 1996년 프랑스 국회는 라파랭법을 제정을 통해 대형마트의 기존상권 침투를 억제했다. 독일도 ‘10% 가이드라인제도를 마련해 인근 소상인들의 매출액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될 경우, 대형마트의 도심권 진출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가 기존 상권에 개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도심 기존 상권에서 멀리 떨어진 도심 외곽지역에만 개점을 허용하고 있다.

또 다른 규제는, 선진국들은 대형마트가 대용량 포장단위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기존 골목상권에서 판매하는 포장단위는 판매하지 하지 못하고, ‘벌크싸이즈의 대용량 상품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규제는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상인들의 경쟁력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조치이다. 우리의 유통업계 실태와 비교하면 가히 천양지차(天壤之差)라 할 것이다. 유통법 제정 당시 정부는 WTO에 가입하면 기존 상권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대국민 홍보를 했다. 당시 산업통상부의 공무원들이 선진국들의 유통업계 실상을 모르고 입법을 했다면 무능력했던 것이고, 알고도 입법을 강행했다면 당시 공무원들은 대기업 편에 서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당시 입법과정에 참여한 국회의원들도 똑같은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라 할지라도 법안 소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쳤어야 마땅할 것이다.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다면, 직무를 유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유통법 때문에 얼마나 많은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포기했고, 수없는 소상공인들이 현재까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

과거의 입법과 정부 정책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판단을 한다면 지금이라도 바꿔야 할 것이다. ()이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야()하는 것이다. 한번 물길을 잘못 잡으면, 흐름을 바로 잡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의 어려움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수수방관만 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역별 또는 업종별로 단체를 구성해 국회와 정부에 애타는 호소를 했고, 대형마트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생업을 포기하고 대기업의 거대자본에 맞서 싸우기는 힘에 버거웠다.

대표적인 유통법 개정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2015년에 마무리 지어진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제와 영업시간 제한 이슈와 관련된 내용이다.

2012년 국회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제 시행과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유통법을 개정했고, 지자체들은 줄지어 관련 내용을 조례로 제정했다.

대형마트들의 반발은 거셌다. 이마트를 비롯한 6개의 대형마트들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은 지방정부 규제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부당하다며 정반대의 판결을 했다. 결국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는데, 2015년 대법원은 규제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기업과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불이익과 불편함이 수반되지만 이는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라는 공익 실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근거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1192항이었다.

대법원 판결로 의무휴일제가 시행되기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도 의무휴일제를 주말이 아닌 평일에 시행하는 사례가 있다. 지자체장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유통법 골격 전체가 잘못 설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곁가지 문제를 해결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달리 보면, 대기업의 국회나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입법부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거의 예외 없이 골목상권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일단 뱃지를 달고 나면 안면을 바꾸는 것이 다반사다. 초심으로 돌아가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이고,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양심에 따라 입법 작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

 

◇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개정 필요성

 

노무현 정부는 1979년부터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시장진입 제한을 위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해 주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들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상생법을 제정했다.

상생법 중 골목상권 소상공인들과 관련이 깊은 분야는 적합업종제도와 사업조정제도이다.

먼저, 적합업종제도란 소상공인이 다수 종사하는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무분별한 침투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소상공인업계는 적합업종 제도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법적 강제성이 있는 특별법 제정을 오래 전부터 요구해왔다. 이런 요구를 수용해 문재인 정부는 작년 528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에 따라 음식점, 두부, 청국장, 김치, 골판지상자 등의 업종·품목이 소상공인 생계형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대기업은 이들 업종·품목에 대해 5년간 인수·개시·확장을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대기업은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5%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사업조정제도란 대기업들 진출로 해당지역, 해당업종 상당수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대중소기업간 상호 자율협의를 통해 상생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유통법 제정이후 우후죽순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마련된 제도이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미 시장에는 수백개의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어 법이 너무 늦게 개정돼 뒷북만 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상생법 개정으로, 대형마트는 골목상권에 진출 시 지역상권 소상인들과 사업조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형마트측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반면에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었던 이전 상황과는 달리, 대형마트 측과 공식적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라도 해볼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사업조정 과정에서 불법적인 금전 수수 관계가 포착돼 처벌을 받는 부작용도 다수 발생한 바 있다. 국회에는 불법적인 금전 수수관계 발생 시 이를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처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속한 법안 처리가 필요할 것이다.

대형마트측은 유통법에 따라 지자체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상생협력 협상을 위한 대화의 출점은 이들 서류들이다.

대형마트가 지자체에 제출하는 상권영향평가서나 지역협력계획서와 관련해 지자체는 사후적으로 이행을 강요할 수가 없다. 유통법에 이행강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대형마트측은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탕발림식의 형식적 요건만 갖춘 자료 제출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상권영향평가서나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법적 이행강제성을 부여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상생법 규정에 따라 사업조정절차를 밟고 있지만, 일부 글로벌 공룡유통기업은 사업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오픈하는 경우도 있다. 상생법에 강제성이 없다는 약점을 악용하는 사례이다. 이런 점을 방치한다면 자칫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는 기현상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내국법인 역차별 비난도 제기될 수 있다. 중기벤처부의 적극적인 행정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아울러, 사업조정 제도의 법제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골목상권에 대한 피해 유발 심각성과 관련해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가 대기업의 생계형 업종 진출 못지않게 심각하다. 집권 여당인 통합민주당은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당시 FTA에 규정된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ISD)의 위험이 있다는 입법 반대 논리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강행처리 한 바 있다. 이런 취지의 연장선상에서 사업조정제도의 법제화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적폐청산 작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민생과 관련된 사안들은 도외시했기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소상공인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켜 위상을 강화시켰다. 이후, 초대 중기벤처부 장관으로 홍종학 장관을 임명했지만, 당시 소상공인 업계의 입장은 덤덤했다. 그 이유는 홍종학장관이 소상공인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일 홍종학 현 장관의 후임으로 박영선 의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박영선 의원은 의정활동 기간 중 소상공인을 위한 노력에 앞장을 서왔기 때문에 소상공인 문제에 대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업계는 박영선 의원이 국회의원 후보 또는 서울시장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골목상권 보호 관련 공약들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박영선 장관 인사청문회는 이달 27일로 예정돼 있다. 소상공인 현안 해결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장관 취임 후 소상공인 현안 문제 해결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성과를 도출해 낼지 궁금하다.

촛불 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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