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상 변호사 칼럼] 폭력과 사회의 역할

곽정일 기자 / 기사승인 : 2018-11-04 1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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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슈타임)곽정일 기자=만 3살인 그 아이를 만난 것은 지난 8월 경이었다. 다양한 범죄 피해자들을 만나 상담을 하지만 이렇게 어린아이를 피해자로 보는 것은 변호사에게도 무척 괴로운 일이다. 늦은 저녁 부모 손에 이끌려 온 아이는 겁에 질려 엄마 품을 떠나지 못했고, 내가 말을 건네도, 사탕을 주어도 전혀 대꾸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다수 가정의 아이처럼 그날도 부모는 출근했고 장염에 걸려 아팠던 아이는 아침 일찍 어린이집으로 갔다. 원장의 딸은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칭얼댄다는 이유로 찜질하던 얼음 주머니로 아이의 머리를 수십 회 때렸고, 가장 무더웠던 8월 에어컨도 없는 방에 아이를 홀로 눕힌 채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이고 자신의 발로 아이를 못 움직이게 했다.

그 무더운 여름날 아침, 이불을 뒤집어쓴 채 이제 만 3살인 아이가 느꼈을 공포심은 어떠했을까? 다행히 CCTV가 확보되어 원장 딸의 만행이 드러났지만, 아이의 부모는 가해자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이 일이 커져 어린이집이 문을 닫거나 아이가 못 다니게 되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가 더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용기를 내어 고소를 했고,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져 반향이 커지자 가해자는 구속되어 실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가해자의 어머니이자 원장은 피해자 가족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준 어린이집 선생을 해고했고,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면서 “머리통에 구멍이 난 것도 아니고, 아이 이용해서 돈 벌려고 한다."라는 막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1심 판결 후 피고인은 당연히 항소를 했고 2심 법원은 피고인이 초범이며 죄를 뉘우치고 피해 보상을 위한 공탁을 했으며 아이의 상처가 크지 않았던 점등을 근거로 4개월 감형 판결을 선고했다.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재판기일 무렵 A4 한 장도 채우지 못하는 반성문 몇 통을 피해자 가족에게 보낸 정황이 재판부에는 가해자가 큰 반성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나 보다. 그렇게 가해자는 몇 개월의 형량을 살고 출소했다. 

이제 1년이 훨씬 지나 민·형사 재판은 거의 완료되었지만, 그 아이는 아직까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빈뇨증상과 불안 증상, 그리고 놀이치료 중 교사가 등장하면 거부하고 그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음” 눈에 보이는 상처만이 아이가 받은 고통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재판부가 특히 간과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이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아이를 감싸고 있고 그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변호사님, 왜 우리 가족만 이렇게 힘든 것이지요. 아이가 그 어린이집에 간 것이, 아이의 잘못도 우리 부부 잘못도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피해자가, 그 가족이 느끼는 무력감을 같이 공감하는 방법밖에는.

개인적으로 흉악범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 황현산 선생의 말처럼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일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 만연된 일상화되고 조직화된 폭력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언급하기 전에도 없앨 수 있다. 조직화되고 만연된 폭력은 그 주체가 나 자신 내 주위의 이웃이 될 수 있고 폭력을 행사할 당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적절한 처벌과 계도를 병행하면 충분히 줄어들 수 있다. 그 아이와 가족이 받았던 고통, 현재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이겨내야 할 힘든 시간들을 그 가족만이 부담해야 할 몫이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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