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완성된 주 52시간 근무…`불야성` 탈출기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 2018-06-30 19: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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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타임 통신)김혜리 기자=한국의 밤을 빗대어 `밤이 없는 도시`라는 뜻의 `불야성(不夜城)`이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불야성은 11세기 중국 송대(代)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다. 북송은 그 당시 GNP가 2000만달러에 육박했던 경제 대국이었다. 특히 북송의 수도인 카이펑(開封)은 활발한 경제 활동으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2018년 한국은 경제 발전의 무공훈장처럼 여기던 `불야성`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행복하기 위해 일하는지, 일을 해서 행복한 것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이런 결단은 욜로(YOLO)와 맞물려 뭇 직장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저녁 있는 삶`을 위한 국회 논의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마침내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당장 7월부터 노동자 300인 이상의 사업장 및 공공기관은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야 한다.


환노위는 산업계의 충격 완화를 위해 기업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차등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52시간 근로를 적용하게 됐다.


그러나 주 52시간에 대해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맹목적인 정책 집행을 위한 규제 일변도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력은 주 52시간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대기업일수록 일 할 사람도 많고 변화에 대비하기도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수가 적은 소규모 사업장들은 고용여건 등 안정적인 내실을 키우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간과하고 제도 시행에만 열중하는 정부의 태도가 섬세하지 못하다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구직자들이 안정적인 대기업을 선호하는 추세 때문에 전부터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단순 노동일지라도 어느 정도 업무에 숙련된 사람을 키우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2~3년 안에 완벽한 여건을 갖추는 것은 힘들다"고 털어놨다.


당장 생계에 타격을 입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주 52시간 제도에 따라 추가 근무를 할 수 없게 된 공장 노동자 A씨는 "야근·주말 특근으로 추가수당을 받아 생활해왔던 만큼 52시간만 일해서는 먹고 살기 녹록지 않다"며 "(52시간 근무가 도입되면)월급도 이전보다 70만원 가량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는 주 52시간 제도의 처벌을 6개월간 유예한다고 발표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도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5년간의 논의를 통해 타결된 `주 52시간 근무` 제도는 분명 불야성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사는 나라에 도달하기 위한 불안정한 착륙 과정이다. 하지만 이 비행은 `경착륙`이 되어선 안 된다. 5100만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과정인 만큼 신중하고 배려있는 제도 시행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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